세계양효경
외교 관계를 단절한 북아프리카의 ′앙숙′ 알제리와 모로코가 20년 넘게 남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온 가스관까지 결국 걸어 잠그기로 했습니다.
극심한 에너지 대란을 겪고 있는 유럽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현지시간 1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압델마드지드 테분 알제리 대통령은 전날 국영 에너지 업체인 석유가스공사에 모로코를 경유하는 ′가즈 머그레브 유럽′(GME)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수출 중단 지시를 내렸습니다.
테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석유가스공사에 모로코 수도전력청(ONEE)과 거래를 중단하고 가스관 계약 갱신도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말했습니다.
GME 가스관은 알제리 최대 가스전인 하시 르멜에서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코르도바까지 1천620㎞에 걸쳐 있습니다.
알제리는 1996년부터 이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일부를 모로코에 통행료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유럽남부에 가스를 공급해왔습니다.
그러나 알제리는 국경 문제 등으로 수십 년간 불편한 관계였던 모로코와 지난 8월 외교관계를 단절한 데 이어 전날 만료된 가스관 계약마저 갱신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모로코 ONEE는 성명을 통해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유럽의 극심한 에너지 대란 속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대한 알제리산 가스의 공급 차질이 현실화했다는 점입니다.
알제리는 GME 가스관 대신 지중해 해저를 통해 스페인으로 직접 연결되는 메드가즈 가스관을 사용할 수 있지만, 최대 공급량은 연간 80억㎥로 스페인 수출량의 절반에 그칩니다.
메드가즈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을 연간 최대 105억㎥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당장 수요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또 알제리는 천연가스를 액화해 배로 운반하는 방식도 동원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경우 높아지는 비용이 문제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북아프리카 전문가인 조프 포터는 AFP 통신에 ″배를 이용한 가스 운반은 재무적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1천427㎞의 국경을 맞댄 알제리와 모로코는 서사하라와 국경 문제 등으로 수십 년간 관계가 불편했습니다.
지난해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더 불편해진 양국 관계는 지난 여름 알제리에서 발생한 산불로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알제리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산불이 방화이며, 그 배후에 모로코의 지원을 받으며 자국 북부 카빌리 지역의 자치 운동을 하는 ′카빌리 자결′(MAK)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MAK를 테러단체로 규정한 알제리는 모로코를 비난하며 일방적인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지만, 모로코는 MAK와의 관계를 부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