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3 09:06 수정 | 2022-05-13 09:08
앞으로 4주 뒤 금요일, 어느 커피전문점에선 손님과 매장 직원 사이에 이런 대화를 할 수도 있습니다.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점원: 가져가시나요?
손님: 네.
점원: 총 4,800원입니다.
손님: 커피 가격이 또 올랐나요?
점원: 아닙니다. 300원은 1회용 컵 보증금입니다.
1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됩니다. 2020년 5월 국회에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서 보증금을 법제화한 지 2년 만입니다. 보증금 제도는 종이컵과 플라스틱컵 모두 적용되는데, 금액은 300원입니다. 음료를 살 때 결제하고 나중에 1회용 컵을 반납하면 전액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반납할 땐 1회용 컵에 붙어 있는 바코드, 그리고 소비자가 스마트폰에 미리 내려 받은 관련 앱의 고유코드를 회수 기기에 인식시키면 반납 완료! 보증금이 계좌로 들어옵니다. 이 절차가 좀 복잡하다 싶으면, 매장 직원에게 반납하면 현금으로 300원 돌려줍니다. 반납 장소는 구입한 매장 뿐만 아니라 1회용 컵 보증금제 적용 매장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혹시 버려져 있는 컵을 수거해서 반납한다면? 그 컵에 보증금 납부 표시인 조폐공사의 위조 방지 라벨이 붙어 있다면 환급 받을 수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커피판매점·패스트푸드점·제과제빵점..거의 다 해당></b>
보증금 적용 브랜드는 105개나 됩니다. 기준은 전국에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 판매점과 패스트푸드점, 제과·제빵점, 기타 음료 판매점 등 전국 3만 8천여 개 매장입니다. 환경부 보도자료(2022. 1. 24)를 보면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배스킨라빈스, 설빙, 공차, 스무디킹, 쥬씨 등이 열거돼 있는데, 음료를 판매하는 웬만한 브랜드는 거의 다 해당됩니다.
<b style=″font-family:none;″><왜 300원인가?></b>
소주병과 맥주병은 이미 보증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죠.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입니다. 1회용 컵의 제조 원가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보증금 300원은 좀 많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요. 환경부는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와 주요 프랜차이즈의 텀블러 할인 혜택 금액이 300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여 30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 1천231명을 대상으로 보증금 지불의사를 설문조사했더니 평균 340원이라는 금액이 나왔다고 합니다.(환경부 보도자료 2022. 1. 24)
1회용 컵 보증금은 얼마가 적정한가? 쉽지 않은 문제였을 겁니다. 보증금이 너무 적으면 반환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람이 많을 거고, 너무 많으면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부담이 될 테니까요. 그래서 설문조사라는 방법으로 적정 금액을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지난 1월에 보증금액 300원을 시행령, 그러니까 자원재활용법의 하위 법령에 명시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보증금은 누가 관리하나?></b>
1회용 컵 보증금을 관리·집행하는 기관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입니다. 1년 전에 출범했습니다. 관리센터는 보증금 납부와 지급, 1회용 컵 회수와 재활용 등 전 과정을 온라인 시스템으로 관리합니다. 그렇다면 미반환 보증금, 즉 소비자들이 찾아가지 않은 보증금은 어떻게 될까요? 이건 환경부 산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가 결정합니다. 관리위원은 최대 7명으로 환경부 장관이 각계 전문가 가운데 임명합니다.
<b style=″font-family:none;″><돌아온 보증금, 더 강해졌다></b>
1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이미 한 번 시행한 적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2002년에 커피전문점 24개 업체, 패스트푸드 7개 업체와 함께 1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고 1회용 컵 보증금제를 했었습니다. 이때는 보증금이 50~1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2008년 3월에 폐지됐습니다. 왜 폐지됐을까요?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 ‘1회용 포장재 재활용 활성화를 위한 보증금 제도 도입 방안’(2020. 12. 31)에 따르면 “컵 회수율이 30% 수준으로 낮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반환되지 않은 보증금이 업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등의 문제로 폐지된 바 있습니다.” 당시 업체들이 보증금을 자율적으로 관리했는데, 미반환 보증금으로 장학 사업을 하기도 하고 홍보비로 쓰기도 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다음달 10일 시행되는 보증금 제도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보증금 관리를 공공기관이 하도록 해서 투명성을 높였고, 보증금액도 대폭 올렸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연간 1회용 컵 2,800,000,000개 버려져></b>
국내에서 쓰고 버리는 1회용 컵은 연간 28억 개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23억 개가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데, 환경부는 약 80% 18억 개 이상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회용 컵을 회수해서 종이컵은 화장지, 플라스틱컵은 의류 제조 등에 재활용하면 소각 비용을 줄여서 온실가스 66%를 감축할 수 있고, 연간 445억 원 이상 편익이 예상됩니다.(환경부 보도자료 2020. 5. 20)
2015년 8월 코스타리카 해안에서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힌 거북이 발견됐습니다. 무심코 버린 1회용 플라스틱이 생태계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세계적으로 1회용품 안 쓰기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텀블러 같은 다회용 컵을 써서 1회용 컵 사용 자체를 줄인다면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