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고은상

세제개편안 뜯어보니 "5년 세수 감소 60조원 나라 살림은 괜찮은걸까?"

입력 | 2022-07-23 12:09   수정 | 2022-07-23 12:24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근로소득세도 깎습니다. 얼마나 줄어들까?</strong>

세금 많이 내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낸 세금이 공동체와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 쓰인다면 세금 더 내실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실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단적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영된 선별검사소· 코로나 전담병원· 재택치료 지원· 재난지원금 지급 모두 다 재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대규모 유행에 대한 대처는 세금 만으로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자.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 일단 정부가 빚을 내서 써야할 곳에 썼습니다. 2020년과 2021년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한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지원이 많았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선진국 가운데 코로나19 대처를 위한 재정지출이 가장 적은 나라 중에 하나가 한국이었으니까요.

윤석열 정부의 재정 정책목표는 ′건전 재정′입니다. 전 정부의 재정 정책이 건전하지 않았다는 뜻이자, 건전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긍적적인 느낌을 주기 위한 단어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건전 재정이라는 게 뭔가요? 결국은 나랏돈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필수 지출은 줄이지 않겠지만 그 외에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끼겠다는 거죠. 정부도 전보다는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겠다고 밝혔고요.

기존 살림에서 씀씀이를 줄이면 저축할 게 늘어나죠. 빚도 조금씩 더 갚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긴축 재정에 더해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세금도 대폭 깎는다고 합니다. 나라 살림을 가계 경제에 비유하면 들어오는 연봉이 줄어드는 겁니다. 나라 빚 증가 속도를 늦추는 건전한 재정을 만들겠다면서 들어오는 돈을 줄이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역대급 감세안에 들어간 세목 대표적으로 법인세, 종부세, 소득세입니다. 그 중 근로소득세는 월급쟁이들의 세금이죠. 대기업과 다주택자에 대한 감세, 즉 부자감세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근로소득세 인하도 함께 꺼내들었습니다. 부자들 세금만 깎아주는 게 아니라 서민·중산층에 대한 감세도 하겠다는 뜻이죠.
근로소득세가 가장 많이 깎이는 층은 총급여 7천 8백만원 정도되는 직장인들입니다. 1년에 54만원 깎입니다. 월 4만 5천원 정도고요. 5천만원 버는 직장인은 1년에 근소세가 18만원 줄어듭니다. 한달에 1만 5천원 정도입니다. 거기에다가 월급에서 식대로 지급하는 부분에 대한 공제도 추가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가장 많이 세금이 주는 직장인은 1년에 80만원까지 줄어든다고 하니 월 6만 7천원 정도 세금을 덜 내게 되는 셈입니다. 그 결과 전체 근로소득세 감소분은 1년에 1조 6천억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종부세가 5천만원 씩 줄어드는 다주택자나 수천억원씩 세금이 줄어드는 대기업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장인 입장에서 나가는 돈이 줄어드는 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따져보면 그게 꼭 반가운 일일까, 고민이 되는 지점이 생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세수 감소 5년간 ″60조원″ VS ″13조원″ </strong>

소득세·법인세·종부세 등의 인하로 줄어드는 세금은 13조 1천억원으로 추산됐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전년대비표를 통해 2027년까지 줄어드는 세금이 13조 1천억원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말하자면 내년은 올해 기준, 내후년은 내년 기준으로 계산을 하는 식입니다. 한 번 내려간 세금을 다시 기준으로 삼아서 계산을 하다보니 2025년부터는 줄어드는 세금은 없고, 오히려 유예됐던 금융투자소득세나 가상자산 과세가 들어오니 세수 감소폭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계산은 다릅니다. 현재의 세금 정책으로 받는 세금에서 13조원이 줄어드니 올해를 계속 기준점으로 해서 따져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따져보면 5년 동안 60조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게 상식에 맞는 분석이라는 거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세수 감소에 건전 재정까지‥</strong>

정부는 꼭 필요한 곳에 쓰는 복지 지출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중복되거나 낭비되고 있는 지출을 찾아내 줄이고 공공기관에 돈 새는 곳이 없는지 찾아내 역시 지출을 조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낭비′라는 판단은 정치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어느 것이 급한지′에 대한 판단 역시 정치적인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눈앞에 보이는 위기들입니다. 치솟는 물가에, 금리 상승으로 서민의 삶이 휘청이고 있습니다. 고소득자들은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의 압력에서 타격을 덜 받습니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식비와 기본 생활비가 올라가면 힘든 건 부자가 아니라 취약계층이란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경기침체 우려까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막무가내로 유동성을 살포하란 뜻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임은 분명합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감세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 들면 급하게 재정을 집행해야 할 시기에 운신의 폭이 좁아집니다. 그럼 앞서 말한 것처럼 어느 게 급한지를 따지게 되고 후순위로 밀리는 지원이 생긴다는 겁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한국은 대표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 </strong>

한국은 대표적인 저부담·저복지 국가로 꼽힙니다. 세금을 적게 내는 대신 복지도 적은 나라라는 뜻입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로 OECD국가들 평균 24.2%에 못 미칩니다. 그리고 한국의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율은 12.2%로, OECD 38개 나라 중 35위입니다.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터키, 칠레, 멕시코 뿐입니다. 게다가 한국은 낮은 출산률에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 활력은 떨어지는데 복지 지출은 더욱 필요한 상황인 것이죠.

그래서 지금 세금을 줄이는 게 꼭 반가운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정부는 세금을 줄이면 경기가 살아나 결과적으로 세금이 더 걷힐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거는 희박합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를 해봤습니다. 결과는 세수 부족.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도로 증세를 해야 했습니다. 이번 감세는 과연 정부의 주장대로 ′낙수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