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03 16:42 수정 | 2022-05-03 17:15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자진 사퇴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내각 후보자 가운데 첫 낙마 사례입니다. 이제 국민들의 관심은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 등이 불거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쏠리고 있습니다. 정 후보자와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은 의혹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의혹의 종류가 다양하고 그 숫자도 매우 많다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오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웃지 못할 발언이 나왔습니다. 사퇴 의사가 없느냐는 질의에 정 후보자가 ″저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정호영 ″저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하세요″</b>
정 후보자는 오늘(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국민의힘에서도 자진 사퇴하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질문에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녀 의대 편입학과 병역 관련 특혜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후보자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제기된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제가 생각해서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론 반응을 보면서 사퇴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느냐″라고 압박하자, 정 후보자는 ″이런 문제 때문에 여기(인사청문회)까지 온 것 같다. 지금까지 저에게 제기된 수많은 의혹들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63건을 해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후보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이 최소 60건이 넘고, 정 후보자는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일일히 공식 해명 자료를 올렸다는 겁니다.
<b style=″font-family:none;″>정 후보자 측이 올렸다는 해명자료 들여다보니..</b>
정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을 듣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들어가봤습니다. 정 후보자의 말대로 홈페이지에는 후보자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들과 이에 대한 해명이 알기 쉽게 잘 정리돼 있었습니다. 오늘(3일) 현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 보도(참고)자료]라는 제목으로 모두 66건의 자료가 올라와 있었고 이 가운데 개별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는 60건이었습니다. 각 자료의 제목에는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이름, 보도 날짜와 함께 ′0000 보도 관련′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첫번째 해명 자료가 올라온 날은 정 후보자가 지명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달 11일이었습니다. 23일 동안 모두 60건이 올라왔으니 하루 평균 3건 정도인 셈입니다. 지난 달 20일의 경우 하루에만 7건의 서로 다른 의혹이 제기됐고 각각의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가 나왔습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어제(2일)도 해명자료가 3건 올라왔습니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해명 자료는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으로 재직할 때 처조카가 계열 병원 간호사로 취업했는데, 정 후보가 서류 및 평가위원으로 직접 참여했다는 동아일보 보도와 관련한 해명을 담고 있습니다.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해명 자료에서 ″정 후보자는 설명하기 곤란한 집안 사정으로 처조카 집안과는 오랜 기간 왕래가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처조카는 응시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후보자 역시 사전에 처조카의 응시 여부를 알 방법이 없어 응시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후보자 측이 올린 해명 자료가 60건이나 되다 보니, 최근에 올린 순서로 20건의 제목만 소개합니다.
5.2 장관 후보자 처조카 관련
5.2 장관 후보자 자녀 장학금 보도 관련
5.2 장관 후보자 수당 보도 관련
5.1 장관 후보자 논문 보도 관련
5.1 국유재산법 보도 관련
5.1 인사청문회 자료 보도 관련
5.1 경북대 교직원 행동강령 관련
5.1 경북대 IT대학 내 학부생 논문 작성 사례 총 322건
4.29 상가 및 아파트 임대 보도 관련
4.28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답변서 보도 관련
4.28 장관 후보자 자녀 인턴 보도 관련
4.28 장관 후보자 자녀 의사 국시 보도 관련
4.28 장관 후보자 아들 병역 보도 관련
4.27 구술면접 보도 관련
4.27 장관 후보자 배우자 예금 보도 관련
4.27 장관 후보자 수업 보도 관련
4.26 장관 후보자 겸직 신고 관련
4.26 장관 후보자 자녀 봉사활동 관련
4.25 장관 후보자 겸직 보도 관련
4.25 장관 후보자 해외학회 보도 관련
<b style=″font-family:none;″>버티는 정호영, 아들 MRI 자료도 결국 제출</b>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 후보자는 사퇴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정 후보자는 아들 병역 의혹과 관련해, 아들의 진료기록인 MRI 영상 자료를 인사청문위원들에게 제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오늘 인사청문회 오전 질의가 끝난 뒤 ″후보자에게서 MRI 자료 두 가지를 받았다″며 ″양 간사님께서는 개인 신상을 보호한다는 전제하에 이것을 어떻게 검증할지 논의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인사청문위원들은 정 후보자의 아들이 2015년 퇴행성 추간판 탈출증 소견으로 병역 4급 판정을 받았을 때 촬영한 MRI 영상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정 후보자는 ″MRI는 신체 내부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의료정보″라며 이런 정보가 일반에 공개·유포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한 바 있습니다.
정 후보자는 또 인사청문회에서 자녀의 경북대 의대 편입을 둘러싼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아빠찬스는 절대 쓸 수 없는 구조였다″며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정호영을 어쩌나..국민의힘 내부 비판 목소리 잇따라</b>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오늘 인사청문회에서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청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정 후보자는 오늘 인사청문회를 하기 때문에 청문회가 끝나면 종합적인 상황을 검토해서 어떻게 할지 검토하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이어 ′정호영 후보자 제청을 되돌리고 싶지 않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상세한 검증에는 현실적 제약이 있었다″면서 ″그런 점에서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자세를 낮췄습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SNS에 올린 글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눈초리도 여전히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는 민주당과 달라야 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청문회에서 ″법적 문제가 없더라도 자녀가 경북대에 편입학한 것이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국민들 정서상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오얏나무 밑에서도 갓끈 고쳐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된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