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18 11:39 수정 | 2022-05-18 15:08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어제(17일) 국회에서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눈여겨볼 만한 발언이 있었습니다.
국회부의장이자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인 정진석 의원의 발언이었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권영세 장관과의 대화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우회로를 얼마든지 활용할 생각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strong></I>
정 의원은 윤 대통령에게서 ′북한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우회로′란 말을 직접 들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제(16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했는데, 시정연설 전에 국회 의장단과 환담 자리를 가졌습니다.
정 의원은 국회부의장 자격으로 이 환담 자리에 참석했는데 그때 윤 대통령이 이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I><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북한 당국이 호응한다면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 의료기구, 보건인력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strong></I>
′호응한다면′이란 전제가 붙긴 했지만 우리 정부가 북한에 직접 지원할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정연설에 불과 몇 분 앞서 열린 국회 의장단 환담에선 이미 우회로란 말을 꺼냈습니다.
윤 대통령이 우회로란 말을 일찌감치 꺼낸 건 이미 대통령에게 북한이 우리의 직접 지원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다는 보고가 들어갔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한을 돕겠다는 의지는 있으나 이를 실행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우리 정부의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게도 방역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반면 코로나 방역 협력을 위한 남북 간 실무회담을 하자는 우리 측의 제안에는 오늘(18일)까지 사흘째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코로나 방역협력에 관한 실무접촉 제안을 담은 대북 통지문 발송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사흘째 수령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통지문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명시적인 거부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받겠다는 의사도 밝히지 않아 우리 측은 통지문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간 통지문은 팩스를 통해 수신이 되는데 어느 한쪽이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전달 자체가 불가능한 시스템입니다.
북한이 통지문을 받아야 실무접촉 약속을 하고, 그래야 북한을 어떻게 지원할지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데 첫 관문부터 꽉 막힌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재촉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우리의 제안에 응답할지, 당장 통지문부터 수령하긴 할 건지조차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