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3-29 22:36 수정 | 2022-03-29 22:36
- 조직원 200여 명, 이익 1조 3천억 원 규모의 불법도박 사이트 업체, 대표 김씨의 호화 생활
- 제2의 보이스 피싱 ‘재테크 리딩 사기’, 투자의 가면을 쓴 도박?
-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게임, 50% 확률의 속임수
29일 밤 PD수첩 <수익률 300%의 함정 - 2022 신종 도박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영향으로 늘어가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 이용자와 그에 맞춰 진화해가는 불법도박 사이트들의 실체를 파헤친다. 새로운 운영 방식인 ‘재테크 리딩 사기’,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말로 피해자들의 돈을 빼앗는 그들의 방식이 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9월, 필리핀 불법도박 사이트 조직을 검거하는 현장. 경찰특공대가 조직의 총책, 김씨의 집에 들이닥쳤다. 한 시간 반 동안 수색한 결과 집 인근 풀 속에 숨어있던 총책 김씨를 검거했다. 2019년 4월 국정원에서 첩보를 입수했고 한국 경찰청과 필리핀의 공조 수사 2년간의 결과였다.
PD수첩은 필리핀에 도착해 불법도박 사이트 총책, 김씨를 잘 안다는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가 보여준 건 필리핀 파사이에 위친한 대형 건물, 과거 김씨 조직을 포함, 많은 도박 사이트 업체가 모여 있는 곳이라고 했다. 건물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그들은 각자 승합차에 올라타고 있었다. 제보자는 “합숙을 하는 거죠. 관리하기도 편하고 이탈률을 막을 수가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PD수첩은 김씨의 전 조직원을 만나 실제 생활에 대해 들었다. 그는 “토토 시장에서는 3위안에 드는 대기업? 체계가 다 있어요”라고 밝혔다. 업체 대표인 김씨 아래 200여 명의 부하 직원이 4개의 팀으로 나뉘어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업체는 도박 사이트 40여 개를 한국에 제공해 규모를 불렸다. 그들이 1년 6개월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1조 3천억 원대.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투자, 수익률에 관한 자극적인 문자를 대량 발송해 클릭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사람들을 게임으로 유도해 수익을 얻게 하고 그들이 거액의 돈을 입금하면 조작으로 돈을 빼앗는 재테크 팀의 방식도 있었다.
그들은 다른 팀보다 수익이 월등히 높았다고 했다. 김씨 조직의 수익이 늘어나자 그들의 생활은 달라졌다. 간부급 이상 골프 라운딩을 가면 골프장 전체를 빌려 즐겼다. 호텔에서 숙박을 하면 한층 전체를 사용했다. 총책 김씨는 고급차량 10대를 소유하고 운전기사와 경호원 17명을 두는 등 초호화 생활을 누렸다. 필리핀 휴양시설 관계자는 그들이 타고 오는 찻값만 50억 대가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검거되어 필리핀 외국인 수용소에 있는 김씨. 경찰청은 필리핀 당국과 그의 송환 시기 및 절차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이강희(가명) 씨는 어느 날 SNS 광고성 메시지를 받았다. 언제부턴가 수익률에 관한 내용도 보냈다고 했다. 이씨에게 팀장이라는 사람은 300%의 수익률을 강조하며 비트코인을 이용한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코인 그래프가 올라갈지, 내려갈지 예측해 맞으면 수익을 얻고 틀리면 원금을 잃는 방식이었다. 팀장의 지시대로 첫 투자에 성공해 수익을 바로 얻었지만, 재투자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보유하고 있던 돈이 ‘0원’이 된 것.
그는 아들과 자신이 모은 돈, 대출금까지 총 2억 4천만 원을 잃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비트코인 거래가 아니라고 말했다. “돈을 넣고 오르면 매수한 사람이 돈을 벌 거고요. 떨어지면 매도한 사람이 돈을 벌겠죠. 홀짝으로 보시면 돼요” 보통의 코인 거래와는 다르게 투자에 제한 시간이 있는 것도 다른 점이었다. 그는 “3분의 투자 시간을 주고 몇 초 뒤에 결과가 나오는, 사실 도박에 매우 유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PD수첩은 투자 사이트의 내부 제보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전문용어로 재테크라고 해요. 가능성을 보여주고 사기라는 의심을 해소해주면 확신이 되잖아요. 그때 작업을 하는 거죠” 제보자들은 재테크를 위해 투자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그 공간은 도박장으로 변해있던 것이다.
심한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매일 약을 먹는 강수민(가명) 씨. 8년간 반찬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재작년 겨울 극단적인 시도를 했었다고 했다. 사건의 발단은 SNS 단체 대화방에 초대되면서였다. 수익률을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니, 그는 코로나 여파로 장사가 안 되는 상황이라 관심이 갔다. 처음에는 소액투자로 시작했지만, 금액은 늘어났다. 횟수를 거듭해 사다리(게임)를 타면서 수익률이 올라가고 있을 때 휴대폰 버튼이 말을 듣지 않았다. 큰 손실을 본 강씨. 그는 총 1억 원에 가까운 돈을 잃었다.
확률이 50% 임에도 도박에서 돈을 많이 잃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원철 서울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50% 일 때 배당률이 2면 본전인 게임인데, (게임)할 때마다 내가 수수료를 뗀다는 개념이거든요. 수수료만 챙긴다 하더라도 수입이 많이”난다고 설명했다. 사이트마다 제각각의 배당률. 운영자들이 기본적으로 갖는 수익구조였다. 또 다른 방식도 있었다. 사이트 운영자가 베팅 금액의 흐름을 읽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을 한다는 것. 운에 따라 도박의 결과가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불법도박 사이트는 <사행산업통함감독위원회>와 관련 기관 등의 신고 과정을 거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일명 ‘방심위’에서 심의 후 접속 차단 처분을 받는다. 2019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심의 의뢰 후 차단 여부 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5일. 강신성 중독 예방 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도박 사이트라는 것이 고도화되고 진화하는 과정인데 ‘방심위’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좇아가질 못한”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의 입장은 어떨까. 그들은 심의 인원 1인을 증원하여 운영한 적이 있고 관련 부처에 심의 인력 충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들은 상시 전자심의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법안 통과와 예산 확충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불법도박 시장의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져가고 있는데 감시 및 단속하는 시스템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박 조직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하고 있어 단속이 어렵다. 인터폴과의 공조 수사로 검거와 공조가 신속히 진행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범죄수익금의 환수조치도 도박 사범들의 검거만큼 중요하다. 조직의 자금줄을 차단하지 않으면 도박 조직의 근절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불법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피해 신고가 들어왔을 때 신속하게 차단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