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4-19 16:01 수정 | 2022-04-19 20:30
중국 상하이에서 격리 중인 시민에게 지자체가 공급한 돼지고기입니다. 젖꼭지가 달려 있는 부위가 배달되는가 하면, 살코기는 찾아볼 수 없는 비계 덩어리, 아예 상한 것처럼 보이는 부위도 있습니다.
이 같은 돼지고기 사진이 중국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면서 ′이걸 먹으라는 거냐′며 민심이 들끓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돼지고기는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상하이 시 일부 지자체에 공급됐습니다. 공급 업체는 가구당 삼겹살 2근(1.2kg), 다리 1근(600g)을 배송하기로 계약했습니다. 모두 11만여 명분으로 계약가는 760만 위안, 한화로 14억 원가량이었습니다.
여론이 악화되자 공안당국은 해당 공급업체 직원 3명과 공급업체에 돼지고기를 유통한 1명 등 모두 4명을 불량식품 판매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관영매체 인민망 등에 따르면 이들은 계약가의 절반인 300만 위안에 돼지고기를 사들여 시 정부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안당국은 이들이 돼지고기의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유통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상하이시는 해당 지자체의 당 간부 2명도 해임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식자재입니다. 돼지와 식량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라는 중국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돼지고기를 가지고 장난을 치다니 중국 국민들이 화가 난 겁니다.
돼지고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봉쇄가 3주째 지속되고 있는 상하이에선 식료품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또 다른 영상에는 배송을 위해 포장된 채소들이 무더기로 버려지고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상하이 시 인근 옌청에서 온 구호 물품이 높은 온도 때문에 썩어 버렸다고 보도했습니다. 한쪽에선 식자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썩어서 버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물자가 부족한 상하이 시민들은 이처럼 정부에서 주는 저질 식자재, 가운데서 폭리를 취하는 판매업자들 때문에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상하이의 한 주민은 라면 6개에 계란 20개를 주문했는데 배달원이 물건값으로 570위안, 배송비로 330위안 등 모두 900위안, 한화로 18만 원을 달라고 했다고 소셜미디어에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공안당국은 가격을 담합해 판매하는 슈퍼마켓들을 적발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