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2-05-09 15:34 수정 | 2022-05-09 15:36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모스크바호 격침은 사실상 미국의 작품></strong>
지난 4월 13일, 우크라이나군이 지상에서 발사한 넵튠 미사일 2발이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모스크바호를 타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오데사 남쪽 흑해에 있던 모스크바호의 좌표를, 미사일 발사 몇 시간 전에 미국이 정확하게 찍어줬다는 게 정설입니다.
미사일에 맞은 뒤 배에 난 화재를 진압하지 못해 결국 침몰했다고 하는데, 러시아의 독립언론은 러시아군 40명이 사망했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하기도 했죠.
모스크바호는 79년 취역한 오래된 순양함이긴 하지만 러시아에서 몇 안 되는 유도미사일을 장착한 흑해함대의 상징과도 같은 전함입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러시아 해군이 입은 가장 큰 피해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흑해함대는 우크라이나 남부에 미사일 공격을 하면서 러시아군의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는데, 개전 초기부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상징적인 전함이 침몰한 거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알려만 줬을 뿐이라고 의미 축소하는 미국></strong>
미국은 정보는 줬지만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을 할지 여부는 알지 못했다고 일단 발을 빼고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 커비 대변인은 정보를 준 건 맞지만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여러 정보들과 취합해서 스스로 결정해 공격한 것일 뿐이라고 정보의 의미를 축소했죠.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의 정보로 모스크바호를 격침했다는 보도는 정확한 게 아니라고 수습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정보 제공이 얼마나 민감한지 증명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 없이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성공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죠.
미국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결정적인 군사 정보가 러시아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몹시 우려합니다.
그래서 전쟁 이전부터 ′미국의 정보 제공′은 극히 민감한 사안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 덕에 10명이 넘는 러시아군 장성급 지휘관을 제거할 수 있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정보는 러시아군의 위치와 전력을 파악하고 지휘부의 위치를 추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전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이 지금까지 선전할 수 있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군 장성을 제거하라고 정보를 제공한 건 아니라고 역시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러시아 크렘린궁 페스코브 대변인은 미국, 영국과 나토가 정보를 제공하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 정보가 러시아 장성들의 죽음과도 관련돼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된 이상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직접 참전할 수 없는 미국은 제공하는 군사 정보의 양과 속도를 더욱 늘리면서 지금은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러시아의 핵위협은 위협으로만 그칠까?></strong>
이런 가운데 최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힘이 빠지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때까지 지원할 거라고 했죠.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미국이 직접 개입하고 있진 않아도 배후에서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고 느끼기에 충분한 발언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서 푸틴이 패전이나,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몰리게 되면 핵으로 도박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핵공격에 핵으로 보복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경고하듯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꽤 열려있다는 분석이죠.
게다가 만약 전술핵을 사용해도 미군이 피해를 입지는 않습니다.
물론 핵을 쓴다는 것은 전쟁을 일으킨 것만큼이나 러시아에게도 피해를 끼칠 겁니다.
러시아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중국조차도 러시아와 거리를 두게 할 수 있는 극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쟁은 이미 러시아 자신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혔고, 이 전쟁은 결국 러시아의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겁니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변곡점이 온다면 그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거죠.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궁지에 몰리는 러시아의 선택은?></strong>
전쟁이 당초 계획과 달리 진행되거나 전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면 제3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고조될 겁니다.
1차 대전 당시 궁지에 몰린 독일이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펼치면서 민간 선박까지 닥치는 대로 공격한 사례나, 베트남 전쟁이 장기화되자 미국이 무자비한 폭격을 쏟아 부었고, 에이전트 오렌지라고 하는 고엽제를 사용한 사례들이 그렇습니다.
게다가 푸틴은 경고를 한 뒤에 실제로 행동을 단행하곤 했습니다.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이 추진되던 2008년 조지아를 침공했고,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야누코비치의 친러정권이 축출되자 이걸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동부 분리주의 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안보협력을 강화하자 국경 지역에 병력을 모으다가 예상을 깨고 침공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구체화되는 러시아의 핵위협> </strong>
푸틴 대통령은 개전 직후부터 핵무기로 위협을 가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지난달 말엔 러시아 국영방송이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에 핵 타격을 가하는 시뮬레이션 영상을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들이 러시아의 핵미사일이 발사되면 런던, 파리, 베를린 등의 도시들이 200초 만에 초토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차 대전 승전을 기념하는 열병식에서는 12년 만에 핵전쟁에 대비한 지휘통제기 등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푸틴의 ′핵공격′ 엄포를 단순히 협박으로만 치부하기엔 상황이 상당히 엄중합니다.
그래서 이 전쟁에서 어느 정도 물러서더라도, 푸틴의 극단적인 행동만은 막아야 한다는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이 최근 들어 힘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