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조희형

[World Now_영상] 이동 제한 완화되자마자 중국 '보복관광'‥"차 막혀서 웁니다"

입력 | 2022-07-21 08:50   수정 | 2022-07-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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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중국 SNS 웨이보에 퍼진 영상입니다. 깊고 좁은 산골짜기, 산 중턱을 둘러싼 2차선 도로에 길게 늘어선 차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중국 신장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561km의 ′두쿠(獨庫)′도로인데, 톈산 산맥의 비경을 볼 수 있어 매우 유명한 도로입니다. 이곳에 끝 모를 차량 행렬이 이어지다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중국은 지난달 29일, 지역 간 이동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성이나 도시를 이동할 때 사용하는 앱인 ′싱청카(行程card)′에서 별표(*)를 없앤 겁니다. 이 별표 표식은 자신이 다녀간 지역에 확진자가 발생하면 붙게 되는데, 별표 표식이 있는 앱 사용자는 코로나 위험을 이유로 입경이 거부될 수 있고, 지역 규정에 따라 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인구 2천만 명의 베이징 시에서 확진자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시 밖으로 사실상 나갈 수 없었습니다. 감염되지 않았고, 밀접 접촉 이력이 없으며, 감염 구역과 멀리 떨어져 사는 사람이어도 말입니다. 그런데 이 별표 표식이 없어지면서 중국 내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게 됐습니다. 여름철 휴가를 앞둔 시기였습니다.
′싱청카′의 별이 떨어지자마자 2년 내내 이동 제한으로 발이 묶였던 중국인들은 ′보복′ 관광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택한 곳은 신장이었습니다. 푹푹 찌는 여름, 평균 13도에서 24도의 비교적 선선한 온도에 수려한 자연 풍경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7월 9일에서 13일은 신장 사람들의 전통 명절 ′구얼방(古爾邦)′ 기간입니다. 신장의 문화관광 등을 담당하는 ′원뤼팅(文旅廳)′은 지난 6월 신장의 유명 관광지 예약 인원이 하루평균 5만 7천 명을 기록해 직전달 1만 9천 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7월에는 11만 명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숙박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하루에 1천 위안, 한화로 20만 원에 달하는 숙박업소는 이미 매진됐고, 하루에 한화 300만 원짜리 숙박업소도 등장했습니다. 지난 18일 중국 지무신문은 ″사실상 방이 없어 숙박업소 사장이 그냥 비싼 가격을 올려놓은 것″이며 ″실제 예약은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패키지여행 가격은 지난 6월 한화 58만 원이던 것이 7월에는 78만 원 가까이 올랐다고 덧붙였습니다. ′두쿠′도로가 꽉 막힌 이유입니다. 사람들 사이에선 이 ′두쿠′도로가 막혀서 운다는 뜻의 ′두쿠(堵哭)′도로로 변했다는 농담이 나왔습니다. 신장에 관광을 왔더니 ′초원에 양보다 사람이 많더라′는 게시물도 웨이보의 인기글이 됐습니다.
이동을 완화하면 자연히 코로나19 감염자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20일)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전역 20개 성급 단위에 최근 5일 연속 4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동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경제 성장에 있습니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는 5.5%인데, 1분기 4.8%에 이어 2분기에는 0.4%를 기록했습니다. 상하이 봉쇄 등 강력한 고강도 방역 정책의 영향입니다. 0% 대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본 중국은 고육지책으로 내수를 살려보려 관광업 활성화에 나섰습니다. 신장의 도로가 막혀 사람들이 울고, 초원에 양보다 사람이 많은 모습을 보면서 당국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