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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러시아軍‥"첨단 미사일도 바닥나"

입력 | 2022-10-27 10:26   수정 | 2022-10-27 10:27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기업인 잡고 보니..군용 반도체 밀수></b>

지난 17일 독일에서 러시아 기업인이 체포됐습니다. 이름은 유리 오레호프. 미국 정부가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반도체 부품을 러시아 방산업체에 보낸 혐의가 적발됐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틀 뒤, 오레호프를 기소하고 독일에 신병 인도를 요청했습니다.

오레호프가 러시아로 밀수한 미국산 반도체와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은 실제로 러시아 무기에 쓰였습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전장에서 포획한 러시아 무기에 미국산 부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첨단 무기, 미국 부품에 의존></b>

러시아 무기 상당수는 옛 소련 시절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기술과 부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안보 문제 연구기관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 8월 8일자 보고서 <반도체 생명선: 러시아 전쟁 기계의 핵심에 있는 서방 전자 부품>에서 러시아 무기의 미국 부품 의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RUSI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사용된 러시아 무기와 군사 장비 27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 기업에서 생산한 최소 450개의 마이크로 전자 부품을 확인했습니다.

이들 450개 부품 중 70%인 318개는 미국산이었습니다. 그 외 일본 34개, 대만 30개, 스위스 18개, 네덜란드 14개, 독일 10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오스트리아 2개였습니다.

미국 등 외제 부품은 9M727 순항 미사일, Kh-101 순항 미사일, 드론, 대공 방어 시스템, 육군의 통신 기기 등에 두루 쓰였습니다. 9M727과 Kh-101 순항 미사일에서는 외제 부품이 각각 31개씩 발견됐습니다.

이 미사일들은 전쟁 시작 이후 최근까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을 공습해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반도체 칩은 러시아 미사일의 ‘전자두뇌’ 역할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의 한 보안 관리가 러시아가 쏜 순항 미사일(9M727) 불발탄을 해체해 보니, 내부에서 컴퓨터 칩이 잔뜩 붙어 있는 패널이 나왔습니다. 미국과 독일 등 서방 부품이 레이더를 피해 저고도로 기습하는 러시아 미사일의 핵심이었던 것입니다.
<b style=″font-family:none;″><수출 통제했는데..어떻게 러시아 무기에 쓰였나></b>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합병 이후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과 부품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사전에 반드시 정부 승인을 받도록 한 겁니다. 그 후 올해 2월 러시아의 침공 때부터는 군용 부품 수출을 아예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수출 통제 부품이 러시아 무기에서 나왔습니다.

RUSI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산 부품 450개 가운데 약 18%는 수출 통제 대상이었습니다. 감시망에 빈틈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수출 서류를 조작하거나 제3국에서 물건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최종 목적지가 러시아 방산업체라는 것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의혹은 미국 워싱턴포스트, 영국 로이터통신 같은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미국 상무부와 FBI는 지난 6월 합동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오레호프 검거는 그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 정부는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은밀한 조달망을 폐쇄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정밀 유도 미사일 바닥나”></b>

러시아 무기고에서 첨단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지난 18일, 러시아가 재고 부족으로 공격용 무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BBC는 전문가들과 함께 지난 8일 크름대교 폭발 사건 이후 러시아군이 공습에 사용한 무기들을 분석했습니다.

전쟁 초기에 마구 퍼붓던 정밀 유도 미사일 대신 자폭 드론을 동원하고, 구형 미사일을 용도 변경해 쓰기도 했습니다.

러시아는 이달 들어 이란제 자폭 드론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이 부족해지자 값싼 자폭 드론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이 자폭 드론 공격을 받아서 4명이 숨졌습니다. 사망자 중 2명은 젊은 부부였는데, 부인은 임신 상태였습니다.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개발한 S-300 지대공 미사일을 용도 변경해 사용한 사례도 최소 3건 확인됐습니다. 항공기 요격용을 지상 목표물 공격에 전용한 겁니다.

더글러스 베리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의 지상 목표물 타격용 순항미사일의 재고가 떨어졌거나 떨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지난 11일, 비슷한 분석을 내놨습니다. 러시아가 전날 크름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 공습에 유도 기능이 없는 재래식 미사일을 주로 썼는데, 전문가들은 정밀 미사일이 바닥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러시아, 전쟁 초기 정밀 유도 미사일 대량 사용></b>

전쟁 초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정밀 유도미사일을 대규모로 사용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 개전 직후 11일 동안 약 600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러시아군이 초기에 기세를 잡기 위해 첨단 화력을 대량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러시아군은 전선에서 후퇴를 거듭했고 전쟁은 장기전이 됐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난 24일, “지난 8개월간 러시아는 미사일 4천500기를 우리에게 쏘았고 이제 미사일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가 첨단 무기 제조에 필요한 부품 수입은 서방의 제재로 막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러시아에는 구형 무기와 핵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