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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Now] 마크롱인줄 알았는데‥개그맨에 속은 폴란드 대통령

입력 | 2022-11-23 11:16   수정 | 2022-11-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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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 러시아제 미사일이 떨어져 농민 2명이 숨진 지난 15일.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했습니다.

두다 대통령은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두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마크롱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이었습니다.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에 따르면 이 러시아인은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을 속였던 이 통화 내용을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에 올렸습니다.

폴란드 대통령실도 이 통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을 사칭해 다른 지도자들을 속여 온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과 넥서스가 이번 일을 꾸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이 러시아 코미디언에게 스톨텐베르그 총장과 나토 조약 4조 절차 시작을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으면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또 두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도 통화했다고 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사일을 러시아 책임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사건 당시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폴란드 대통령 ″러시아와 전쟁 원하지 않아″ </b>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낸 이 러시아인이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며 ″특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또 ″4조만 말하는 거지 5조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했습니다.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공동 방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입니다.

당시 전 세계는 사건이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으로 판정되면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던 상황이었습니다.

<b style=″font-family:none;″> 전 세계 유명인 여러 명 낚은 러시아 코미디언 소행 </b>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다 대통령은 갑자기 상대방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폴란드는 이번에 두다 대통령을 속인 코미디언들이 연락처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경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이 있고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정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러시아 관영 방송은 이들에 대해 한결같이 긍정적인 보도를 하고 있다고 BBC 방송은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