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4-26 11:06 수정 | 2023-04-26 11:38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미국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한 신호 보낼 것″‥′별도 공동성명′ 예정</strong>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확장억제′ 문제를 다루는 별도의 공동 성명을 낼 예정이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브리핑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고 말한 겁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남측에 겨냥할 수 있다는 위협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에서 ′자체 핵무장′이나 ′나토식 핵 공유′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을 미국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항상 강조하는 ′철통같은(ironclad)′ 방위 약속을 향한 믿음이 도전받는 상황에서 한미가 확장억제 문제만을 다룬 별도의 공동성명서를 낸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습니다. 적어도 양국이 확장억제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만은 분명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오늘 밤이나 내일 새벽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때 한국이 어느 정도 관여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입니다. 다만 ′북한이 한국에게 핵 공격을 가하면, 미국이 이를 보복하기 위해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한다′는 문구가 포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각에선 지금까지 차관급으로 구성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고, 상시적인 협의가 가능한 조직으로 꾸리는 방안이 담길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런 전망에 대해 ″확장억제에 대한 부분을 다시 한번 재확인받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상설화된 협의체를 통해 더욱 빈번하게 필요한 논의를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수십 년 전부터 ′핵우산′ 제공해 온 미국‥새로운 방안 담길까?</strong>
이미 미국은 핵무기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겠다는 ′핵우산′을 제공해 오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핵우산 제공′을 공식 언급한 1978년 이후로, 북한의 핵실험 등을 거치면서 이런 미국의 방위 공약은 더 확장되어 왔습니다. 지난 2006년 한미 국방부 장관이 만나 ′확장억제′를 명문화해 발표했고, 2009년에는 ′미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 능력 및 미사일방어 능력을 포함하는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해 대한민국을 위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도 강조했고요.
불과 5개월 전에도 미국의 명확한 확장억제 약속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 국방부 장관이 만난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선 확장억제 협력 강화를 위해 ′정보 공유′와 ′공동 기획′, ′공동 실행′ 등을 언급했는데요. 북한의 핵 공격 등의 위협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한미가 초기부터 공유하고, 미국의 전략자산 등을 언제 어떻게 한반도에 전개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 단계에서도 한국이 참여하는 등 기존의 확장억제 개념을 더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 공동성명이 나오든 간에 기존의 확장억제 내용에 비해 파격적인 방안이 나올지에는 의문 부호가 달립니다. 미국의 핵 관련 의사결정에 한국이 관여하는 방향이 담길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지만, 궁극적으로 ′핵 버튼′을 쥐고 있는 것은 미국이고, 이런 권한을 다른 나라에 넘기거나 깊게 관여하게 만들진 않을 겁니다. 이번에 발표될 별도 공동성명도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더 큰 ′신뢰′를 갖게 하려는 의도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언급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 동맹국 향한 확장억제 의지 강조‥′한국식 핵 공유′ 언급되는 이유</strong>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미국의 의지 표현은 ′동맹 보장(Assurance)′이라는 관점으로 해석됩니다. 동맹 보장이란 미국의 ′확장억제′ 보장 의지를 전달하는 데에 중점을 두는 개념인데요. 동맹국에 안전보장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 같은 요구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그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이런 동맹 보장의 대표적인 사례로 ′나토식 핵 공유′를 꼽습니다. 핵무기는 미국이 유럽에 배치하되, 동맹국인 나토 회원국이 이 핵무기를 실어 나르고 떨어뜨릴 전투기를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또 나토 회원국이 참여한 ′나토 핵 계획그룹′에서 핵 관련 정책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상설 조직도 갖춰져 있지만 마찬가지로 핵 버튼을 누를 권한을 지닌 건 미국입니다.
제한적인 기능에도 불구하고 이런 나토식 핵 공유를 본뜬 ′한국식 핵 공유′라는 표현까지 국내에서 등장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 커지는 데에 반해 미국의 확장억제를 향한 신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한미가 발표할 ′확장억제 별도 공동성명′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 본문 내 보고서 인용 출처: 이상규, ′확장억제와 동맹보장의 구분 및 강화 방향′, ″동북아안보정세분석″, 한국국방연구원, (202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