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조희형
국민권익위원회는 수사나 감사,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이 당사자인 사건을 맡게 됐다면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익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만 7천 개의 공공기관에 배포했다고 오늘 발표했습니다.
권익위는 ″공직자가 자신이 사적으로 고소·고발한 대상을 업무상 조사하게 되는 경우, 조사의 범위나 강도에 영향을 미쳐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유형·무형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해당 직무에서 회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공직자는 자신이나 가족이 신고인이거나 고소인, 또는 피신고인이거나 피고소인인 사건 모두 조사할 수 없습니다.
권익위는 특히 중앙부처 장관의 경우 자신이나 가족이 조사를 받으면 신고·회피 의무가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군복무 중이던 아들이 휴가 특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경우 앞으로 이해충돌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현행법에 따르면 이해충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일었던 지난 2020년 당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시절의 권익위는 ″구체적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이 일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경우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없는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어, 이해충돌이라 해석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한 장관이 회피 신고를 해야 한다″고 정 부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이번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에는 예외 조항도 마련됐습니다.
권익위는 ″조사를 받던 사람이 조사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직자를 고소·고발한 경우, 공직자의 사익이 관련된 이해충돌 사항이 아니어서 법상 회피 의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적용하면 감사원 감사를 받던 전현희 전 위원장이 최재해 감사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지만, 최 원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 심의·의결 과정에 문제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 부위원장은 ″조사 중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고소나 진정을 했다는 이유로 회피 의무가 발생하면 대한민국은 사실상 먹통이 된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