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정은
공공기관과 중앙부처 등 30곳의 재무건전성과 경영관리 실태를 감사한 감사원이 지난 정부에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아 한국전력의 적자가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19 여파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을 고려하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 측면이 있어, 당시 정부·여당이었던 현 야권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국제 에너지 가격 오르는데 전기·가스료 동결</strong>
감사원은 지난 2021년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원가연계형 요금제′에 따라 21년 7월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려 했지만, 기획재정부가 물가안정·국민부담을 이유로 요금 조정을 유보하라는 의견을 반복해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2021년 4분기에 한 번 오른 뒤 지난해 1분기까지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감사원은 2021년 12월 17일 열린 청와대와 경제 부처 간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한국전력의 적자폭을 크게 하는 전기요금안이 선택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부 인상안을 따르면 2022년 한전 적자는 10조 4천억 원으로, 기재부 안을 따르면 적자는 11조 8천억 원으로 예상됐는데 적자폭이 더 큰 기재부 안으로 결정됐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2021년 도입된 원가연동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전 정부가 차기 정부에 요금 인상 부담을 사실상 전가되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2022년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 32조 7천억 원을 기록했고, 가스공사 미수금도 21년 1조 8천억 원에서 22년 8조 6천억 원으로 급증해 재무위기가 심각해졌다고 감사원은 상세히 제시했습니다.
다만, 당시 청와대 인사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감사원 관계자는 ″특정인의 비위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여서 회의에서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까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탈원전 정책 때문에 가스 수요예측 잘못?</strong>
한국가스공사는 수요를 적게 예측해 미리 저렴한 가격에 선물 구매를 하지 못한 점을 지적받았습니다.
원자력 건설이 지연되면서 대체 발전인 LNG 발전 수요가 커졌는데, 미리 만들어놓은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그대로 적용해 결과적으로 수요를 적게 예측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산업부의 LNG 수요 전망보다 실제로 더 발생한 3~400만 톤을 수시 현물 구매 방식으로 구매해 수급불안이 초래됐고 구매가격도 높았다고 감사원은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자 다른 나라들이 전기·가스요금을 올리고 원전을 연장하거나 건설하는 정책으로 대응했는데 한국은 요금 동결과 탈원전 기조에 묶여 있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strong style=″font-weight:bold; font-family:initial;″>정치감사 지적에 감사원 ″정책감사″</strong>
물가안정을 위한 공공요금 동결, 탈원전 정책에 따른 손실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일각에선 감사원이 ′정치적 감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감사원 관계자는 ″정책 감사″라며 ″공식자료에 근거해 실태를 파악하고 시사점을 도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별히 전 정부를 타깃으로 한 감사는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물가안정과 국민부담과 함께 공기업 재무건전성 악화, 가격 신호 기능 저하, 미래 소비자 부담 전가 등 부작용도 균형 있게 고려해 합리적인 전기·가스요금 조정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