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음주측정 거부에 경찰 폭행' 재판 갔더니 무죄‥대체 왜?

입력 | 2023-10-03 17:59   수정 | 2023-10-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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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26일 늦은 밤, 30살 A씨가 인천에 있는 집 주차장에 들어서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차량이 전조등도 켜지 않고 비틀대며 운행한다″는 신고를 받았다는 경찰은 A씨에게 음주 감지기를 들이댔습니다.

당시 경찰관들은 술 냄새가 나고 눈이 빨갛게 충혈된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의심했습니다.

당시 A씨는 혀가 꼬여 발음이 부정확했고, 차도 주차선에 맞지 않게 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20분간 4차례 이어진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A씨는 모두 거부했습니다.

A씨는 ″경찰이 죄를 뒤집어씌운다″며 ″이미 주차도 했는데 음주측정을 하는 건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이윽고 주차장에서 나가려는 A씨와 경찰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고, A씨는 경찰관을 밀치거나 손으로 얼굴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A씨는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에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더해져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법정에서 A씨는 ″경찰이 음주 측정을 요구했을 때 음주운전을 했다고 볼 타당한 이유가 없었다″며 ″측정 요구 자체가 위법했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판사도 ″A씨는 음주 측정 요구 전에 임의수사를 거부하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강제 수사 절차를 따랐어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법한 절차로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A씨가 경찰관들을 폭행했다 해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과 관련해 경찰 일각에선 ″음주측정 거부자를 체포하려면 정해진 요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며 ″괜히 현행범 체포를 잘못했다가 오히려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