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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건
"삿갓 쓰면 누군지 모르겠지?"‥전기톱 들더니 은행 문 '드르륵'
입력 | 2023-10-05 11:00 수정 | 2023-10-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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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인 지난 3일 오전 9시 반쯤 광주 서구 매월동의 한 은행.
푸른색 삿갓을 쓴 남성 A씨가 현금인출기 쪽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삿갓을 쓴 모습도 이상한데 왼손엔 포대 자루, 오른손엔 커다란 전기톱까지 들고 있습니다.
A씨가 멈춰 선 곳은 인출기 옆 은행 사무실로 이어지는 철문 앞.
공휴일이라 은행이 문을 닫은 날이었는데 A씨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전기톱으로 철제문에 구멍을 냈습니다.
유유히 은행 내부로 들어선 A씨는 돈이나 금고를 찾으려는 듯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무실을 뒤집니다.
그러나 보안 경보음이 울리자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자신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달아났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CCTV에 찍혔지만, 삿갓을 쓴 탓에 신원을 확인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상황.
그때, 이 영상을 본 광주서부경찰서 이민호 형사가 A씨의 정체를 알아챘습니다.
고개를 들어 CCTV를 쳐다보는 찰나에 남성의 이마와 광대가 보였는데, 낯익은 얼굴이었던 겁니다.
이 형사가 기억해 낸 건 3년 전 광주 서구의 한 도매시장에서 삿갓을 쓰고 절도를 저질렀던 60대 피의자.
얼굴을 가리려고 쓴 삿갓 때문에 오히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신원이 파악된 셈입니다.
곧바로 추적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에 A씨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A씨를 체포했습니다.
절도로 징역을 살다 지난 6월 출소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생활비가 필요해 은행을 털려고 했다, 삿갓을 쓰면 얼굴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범죄 혐의가 더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화면 제공 : 광주경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