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곽동건

"부모가 약을 먹였으면 안 죽죠"‥폭언에 제자 숨져도 '적반하장'

입력 | 2023-12-26 16:20   수정 | 2023-12-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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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숭실대학교에 다니던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게 폭언을 들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유족과 숭실대 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24살 여성 A씨는 지난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CES 박람회에 참가할 학부생 60여 명을 인솔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지도교수인 B씨는 인솔 업무를 맡은 A씨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학부생들이 보는 앞에서 ″바보냐, 너 때문에 망쳤다″ 같은 폭언을 하며 고성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족은 ″A씨가 미국에서부터 ′죽을죄를 지은 것 같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자책하더니 귀국 후 병원에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상 증상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얼마 못 가 A씨는 지난 1월 자택에서 스스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은 지난 2월 이 대학 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신고했는데, 교수 B씨는 조사 과정에서 ″힘들었으면 약을 먹였어야 했다″며 오히려 피해자 부모 측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신과 약을 먹었으면 안 죽는다″며 ″부모의 엄청난 잘못″이라는 식으로 주장한 겁니다.

학교 측 조사가 진행되던 중 A씨의 오빠까지 동생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자, 큰 충격에 빠진 유족들은 ′더 이상 조사는 의미 없다′며 신고를 철회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해 직권 조사를 이어갔고, 숭실대 인권위는 최근 ′B교수의 폭언과 피해 학생 부모를 향한 2차 가해성 발언이 모두 인정된다′며 교원 징계위에 중징계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13일 열린 숭실대 교원 징계위원회.

뜻밖에도 징계위는 B교수에게 경징계에 해당하는 ′견책′ 처분만 의결했습니다.

숭실대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중징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했지만, 징계위 논의에서 관철되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B교수는 이 대학 교수협의회에서 고위 간부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징계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