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김수근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정후, MLB 진출 위해 타격 자세 수정

입력 | 2023-02-03 14:55   수정 | 2023-02-03 15:50
타율 0.349, 안타 193개, 타점 113, 장타율 0.575, 출루율 0.421. 모두 1위

키움 이정후는 지난 시즌 타격 5관왕에 올랐다. 그리고 만장일치에 가까운 득표율로(107표 중 104표) 시즌 최우수선수에도 뽑혔다.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에 이어 타격 5관왕에, MVP까지. 결과도, 내용도 기막힐 정도로 완벽했다. 그렇게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정후는 변화를 택했다. 타격 자세를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도전할 메이저리그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투수의 평균 직구는 시속 151km, 한국보다 시속 7km 정도 더 빠르다. 핵심은 더 간결하고 빠른 스윙이다. 확실히 몸에 익힌 다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생각이다. 천하의 이치로도 2001년 시애틀에서 데뷔하기 전에 이른바 ′진자 타법′을 완전히 뜯어고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다음 달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소속팀 키움에는 우승컵을 안긴 뒤 메이저리그로 간다. 이정후가 그리고 있는 올해 자신의 모습이다.
다음은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정후와 일문일답.

Q. 지금 몸 상태는?

미국에 훈련을 빨리 시작해서 지금 예년보다 페이스가 빠르다. 동료들 오랜만에 만나서 훈련하니까 기분도 좋다. 한국에 없는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고. 날씨도 좋다. 공기도 너무 좋고 모든 게 다 좋은 것 같다.

Q. 미국 음식에는 적응이 됐나?

한식은 최대한 주말에만 먹으려 하고, 평일에는 현지 음식만 먹으려고 한다. 최대한 한식 안 먹고 그냥 타코도 먹고. 대신 햄버거 이런 건 안 먹는다.

Q. 빠른 공에 대처하는 훈련 영상을 SNS에 공개했던데.

피칭 머신을 이용해서 시속 100마일(161km)짜리 공까지 쳤다. 샌디에이고에서 뛰는 하성이 형을 보니 지난 시즌에 시속 96마일부터 103마일(154~165km)의 공을 270개 정도 봤더라. 저는 지난 시즌에 이런 공을 4~5개밖에 못 봤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공을 쳐야 되는 건데 잘 적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Q. 타격 자세가 달라졌는데.

예전에는 다리를 넓게 벌렸는데 폭을 줄였다. 손의 위치도 내렸다. 예전에는 방망이를 든 손이 귀 위까지 올라갔는데 지금은 가슴 높이다. 그러면 더 빠르게 공에 갈 수 있다. 빠른 공을 치기 위해서 불필요한 동작을 없애려고 준비했다. 저한테는 시간이 있으니까 지금부터 꾸준히 준비한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누가 도움을 줬나?

하성이 형이 미국에 오면 무조건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라고 얘기를 해줬다. 미국에 진출했을 때 바꾸는 것보다 가기 전부터 바꿔서 좀 정립을 해놓은 상태에서 가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딱 올 시즌 뭔가 변화를 주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변화를 선택했다. 한국에서부터 그리고 미국에 와서까지 많이 도와주셔서 고맙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리고 싶다.

Q. 이정후의 약점으로 힘을 꼽는 사람도 있다.

많은 게 약점이 될 수 있다. 사실 제가 장타를 치는 타자가 아니어서 파워가 약할 수도 있는 거고 빠른 볼에 약할 수도 있는 거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저도 더 성장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 약점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냥 좀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홈런을 많이 치고 싶다기보다 더 간결하고, 더 정확하고, 더 강하게 치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없다.

Q. 에이전트로 보라스를 선임한 이유는?

첫인상부터 너무 좋았고 한국에서 제가 미국 생각이 아예 없었을 때부터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제가 그 당시에 계약을 안 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팔로우 해주시고 연락도 계속 주셨었는데 직접 만나고 또 계약하기까지 너무 매끄럽게 잘 진행이 됐고 또 부모님 큰 결정을 할 때는 좀 부모님의 생각도 많이 듣는 편인데 부모님께서도 옆에서 잘 지지를 해 주셔서 그렇게 결정하게 됐다.
Q. WBC 대표팀에 선발됐다. 기분은 어떤가?

나라의 부름을 받았으니까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대표팀 나갔을 때랑은 좀 다른 느낌이다. 어렸을 때는 제가 진짜 막내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저보다 동생들도 많이 생겼고. 저도 이제 좀 주축이 되어서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부담은 아닌데 그래도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은 좀 생기는 것 같다.

Q. 지난 시즌 리그에서 준우승했는데 올해는?

당연히 우승이다. 당연히 우승이고 우승 말고는 딱히 하고 싶지도 않다. 작년에 저희가 마지막 경기 때 아쉬웠던 그 감정을 잊지 말자고 했는데 많이 잊은 것 같더라. 저는 정말 못 잊겠는데… 그래도 마지막 경기에 우리가 느꼈던 감정들 잊지 말고 또 캠프 준비 잘해서 마지막 경기에 항상 웃을 수 있는 팀이 되면 좋겠다.

Q.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꿈꾸고 있는 것들을 실현하려면 부상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부상 없이 한 시즌 건강을 치르는 게 목표다. 나머지 제 개인적인 기록은, 물론 좋은 성적을 기록하면 좋겠지만 부상만 없더라면 제가 생각하는 그 숫자가 시즌이 끝났을 때 나온다고 생각한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이제 또다시 야구가 시작되었는데 올해는 정말 야구 팬분들께서 기대하고 계시는 WBC도 있고 중간에 아시안게임도 있고 좋은 모습으로 팬분들께 기쁨을 선사할 수 있도록 준비 잘해서 WBC부터 올 시즌이 끝나는 그날까지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 잘해서 한국으로 돌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