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지난 3월 측근 한 모 씨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위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발각된 겁니다. 구속 수사를 받은 이들은 ′공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11일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에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권 씨 등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출국 당시 사용한 코스타리카 여권은 ″적법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각 40만 유로, 우리돈 5억 8천만 원 가량을 제시하며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판사가 권 씨에게 재산 규모를 물었지만 ″언론 앞에서 밝히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고 한국에 아내와 공동명의인 아파트 1채가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브랑코 안젤릭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재정 상태와 관련한 정보가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사법 절차에 오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재산 공개를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 3월 31일, 권 씨의 현지 변호인인 보이슬라브 제체비치 변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권 씨가 보석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압수된 상황에서 보석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한다고 말했었는데요, 권 씨는 이번 재판에서 한국에 있는 아내가 보석금을 보내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미국증권거래위원회 공소장에 따르면, 권 씨는 도주를 전후해 스위스 은행해서 현금 1억 달러, 우리돈 1,300억 가량을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 법원 보석 결정에 검찰 항고‥″결정까지 보름 정도 걸릴 것″</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은 재판 다음 날인 12일 권 씨의 보석을 허용했습니다. 법원 측은 ″기소된 범죄의 경중, 피고인 신변과 가족 상황, 재정 상태 등을 고려했을 때 40만 유로의 보석금은 도주 우려를 단념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금 조치를 대신해 지정된 아파트를 벗어나는 것을 금지하며 감독 조치를 위반할 경우 보석금은 법원 예산의 특별 회계에 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의 보석 결정에 대해 검찰은 즉각 항고했습니다. 앞서 재판에서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는 ″피고인들이 제시한 보석금 규모가 재력에 비해 턱없이 작아 도주할 우려가 크다″며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게다가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황이라 이들이 몬테네그로에 머무르는데 관심이 없을 것″이라며 구속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보석 결정에 대한 항고 사건은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서 다루게 됩니다. 마자 코소비치 포드고리차 지방법원 대변인은 MBC와의 통화에서 ″별도의 심리는 없고 고등법원에서 세 명의 판사가 논의해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1심 법원에서 2심 법원으로 사건을 이송해야 하고 원고와 피고 측과 관련 서류를 오고가는 과정이 있어 시일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지 변호사는 유사한 사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결정까지 보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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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법원이 항고를 기각하면 권 씨는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보석을 신청하며 권 씨 측은 현지 변호인인 브랑코 안젤릭 변호사 동거녀 소유의 아파트에 머물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법원이 내린 감독 조치는 어떻게 이뤄질까요? 몬테네그로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드레이 라스포포비치 변호사에게 현지 규정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라스포포비치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주소에 가택 연금이 되는 것이지만 거주지 주변에 경찰이 상주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경찰이나 법원에서 찾아왔을 때 반드시 아파트에 머물고 있어야 한다″며 ″도주하면 보석금을 잃게 되고 새로운 체포영장이 발부된다″고 했습니다.
현재 권 씨와 한 씨는 포드고리차 인근 스푸지 구치소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이곳은 1,100명이 수감된 교도소이자 구치소인데요, MBC 취재진은 라데 보이보디치 교도소장과 그의 보좌관 두 명을 만나권 씨와 한 씨의 구치소 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권 씨 등은 교도소 규정에 따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4월 3일까지 격리돼 있었는데요, 현재는 1인당 4㎡의 면적을 보장받는 다인실에 수감돼 있습니다. 이들은 같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지만 같은 혐의로 기소돼 각자 다른 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교도관들과는 영어로 소통해 생활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건강 상태에는 문제가 없고 별도의 특별 조치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교도소 측은 설명했습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전례 없는 해외 언론의 관심을 신기해하며 저희 취재진에게 ″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범죄자를 잡는데 몬테네그로가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송환을 요청했으니 한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기도 했는데요, 송환을 논의하기에 앞서 권 씨 일당이 보석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나게 되면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이 10개월 간의 도주 생활을 이어왔던 권 씨 일당을 제대로 붙잡아 놓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