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슬기

"트럼프 당선되면 이차전지·자동차 타격‥중국 견제는 상수"

입력 | 2024-05-12 12:01   수정 | 2024-05-12 13:49
올해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해도 중국 견제는 미국 정치의 상수가 돼 미래 30년을 좌우할 국제 분업 재편기를 맞아 한국의 산업·통상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로 한국 이차전지 기업의 사업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하고,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자동차 업계가 관세 인상 압력에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산업연구원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금번 미국 대선은 미중 전략 경쟁으로 인한 세계 제조업 국제 분업 구조 재편의 범위와 깊이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규정하고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의 7대 산업 분야에 끼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먼저 ″바이든, 트럼프 각 진영은 선명한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중국 견제에서는 수렴 가능성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견제′가 미국 국내 정치의 상수가 됐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만성적 대규모 무역적자가 ′러스트 벨트′로 대표되는 중산층 붕괴뿐 아니라 트럼프로 대변되는 미국 국내 정치의 분열과 혼란상의 근본 원인″이라며 ″트럼프의 부상은 곧 미국 유권자 절반가량의 중국 견제 및 국내 제조업 부활 요구를 투영하고 있고, 민주당 역시 승리를 위해서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게 되면 한국의 자동차, 이차전자, 바이오산업에는 ′적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이차전지 업체들이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화석 연료 부활′을 예고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공약한 바와 같이 IRA를 폐지하거나 생산·소비 보조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 한국 이차전지 주요 기업들의 사업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이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작년부터 급증한 가운데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이 한국 수입차 대상 관세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새로운 주력 수출 산업으로 부상 중인 방위산업도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조기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영향권에 들 것이라고 봤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산업인 반도체는 대선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업종이 될 것이므로 관측됐습니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모두 불공정한 정부 지원으로 반도체 양산 능력을 키워왔다고 보기 때문에 공화당조차도 반도체 보조금에는 대체로 동의한다″며 ″반도체는 미국의 초당적 견제로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한국이 시간을 번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과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과의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보고서는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역시 미국의 대중국 흐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감지된다고 전했습니다.

철강 분야는 민주, 공화 중 어느 진영이 승리해도 도전 요인이 커질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보고서는 ″비관세 장벽의 기반 논리로 활용될 수 있어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재집권 시 철강 및 화학 산업에서 친환경·탈탄소 기술 개발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트럼프 재집권 시에는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해 과격한 중국산 철강 수입 제한 조치를 발동할 경우, 중국 철강 제품이 한국 시장으로 헐값에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진단하면서 선제 대응 방안 마련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연구원은 한국이 선제적으로 구조적인 세계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보고서는 ″수출주도형 제조업 성장 전략으로 발전한 한국은 태생부터 국제 정치와 뗄 수 없는 숙명적 연관이 그 특질이므로 신통상 질서에 대한 국가 전략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며 ″권역별, 주요 업종별 경쟁 우위 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과거 30년은 비용·효율 등 ′경제 논리′에 기반한 공급망의 확장 국면이었지만 미래 30년은 안보·주권 등 ′전략 논리′에 따른 국제 분업 구조 재편기″라며 ″정부 조직과 기능 역시 한 차례 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