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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건
"책가방에 녹음기‥증거 안 된다" 대법 판례 '주호민 사건'에도?
입력 | 2024-01-11 15:18 수정 | 2024-01-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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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아이 몰래 책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의 발언을 녹음했다면 형사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는 정서적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아이 가방에 숨긴 녹음기에 녹음된 수업 내용을 증거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A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한 학생의 어머니가 아이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녹음한 것이 증거로 인정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습니다.
1·2심 법원은 모두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교사의 수업은 공개된 대화에 해당하며, 증거 수집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교사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이번 판결은 쟁점이 유사한 다른 아동학대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이 사건과 같이 부모가 몰래 녹음한 수업 내용이 증거로 제출된 바 있는데, 이번 판례에 따라 주 씨 측이 녹음한 파일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기는 불투명해질 전망입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은 ′부모가 교사 몰래 녹음한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이어서, 이 외의 증거만으로도 죄가 입증되는 경우엔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