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3-01 09:50 수정 | 2024-03-01 09:55
<div class=″ab_sub_heading″ style=″position:relative;margin-top:17px;padding-top:15px;padding-bottom:14px;border-top:1px solid #444446;border-bottom:1px solid #ebebeb;color:#3e3e40;font-size:20px;line-height:1.5;″><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 </div><div class=″ab_sub_headingline″ style=″font-weight:bold;″>대법원 무죄 확정 1년 훌쩍 지나… 정진웅 정직 2개월 중징계</div><div class=″dim″ style=″display: none;″><br></div></div>
지난 2020년 이른바 ′채널A 사건′ 수사를 맡았던 정진웅 검사(사법연수원 연구위원)가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법무부는 관보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인권 보호 수사 규칙 등을 준수해야 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고, 마치 압수수색 방해 행위를 제지하다가 상해를 입은 것처럼 병원에 누워 수액을 맞는 사진과 입장문을 배포하는 등 품위를 손상했다″고 징계 사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 검사는 이미 징계 사유의 원인이 된 독직폭행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업무 과정에서 벌어진 일인 데다, 이 사건 피해자가 권력의 핵심인 한동훈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보니, 징계의 공정성을 두고 뒷말이 나옵니다.
당장 고발 사주 의혹의 손준성 검사와 대비되기 때문입니다. 대검찰청은 고발사주 1심 재판 도중 손 검사의 비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감찰 절차를 끝냈습니다. 재판 도중 손 검사는 ′검찰의 꽃′이라는 검사장으로 승진도 했습니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손 검사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유죄 판결했지만, 손 검사는 검사 징계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정진웅 검사의 독직폭행 사건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 검사는 지난 2020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로 근무하며, 채널A 녹취록에 등장하는 한동훈 당시 검사장의 연루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습니다. 애초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했으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반대로 무산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수사팀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습니다. 하지만, 최신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풀지 못해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해 7월 수사팀은 다시 휴대전화 유심(USIM)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새로 발부받았습니다. 정 검사는 한동훈 검사장 사무실에서, 변호인에게 전화한다던 한 검사장이 자신의 아이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을 보고 놀라 제지하고 나섭니다. 한 검사장이 평소 안면인식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는데 비밀번호를 누르자, 카카오톡 기록 등 증거를 인멸하려는 것으로 오해한 겁니다. 정 검사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뺏으려고 했고, 한 검사장은 뺏기지 않으려고 몸을 뒤로 젖히면서 손을 멀리 뻗습니다. 소파에 앉아있던 한 검사장 쪽으로 정 검사의 몸이 기울어지면서, 함께 바닥에 넘어져 포개지는 사달이 났습니다. 정 검사가 휴대전화를 확보한 뒤 일어나면서 둘은 떨어졌습니다.
여기까지가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입니다. 검찰은 ″정 검사가 팔과 어깨를 부여잡고 몸 위에 올라타 밀어 눌렀고, 고통을 호소하는데에도 팔과 어깨를 붙잡았다″며 상당 시간 한 검사장을 제압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법원은 전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심 재판부는 ″의도치 않게 두 사람이 엉켜 바닥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고, 넘어진 뒤 휴대전화 확보 때까지 시간 간격 역시 매우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선 ″영장 집행을 위해 휴대전화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만 있었지, 독직폭행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걸 감내하고도 유형력을 가했다는, 미필적 고의조차 인정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습니다.
한 검사장은 그 자리에서 팔이 긁힌 부분 등을 촬영해 증거로 남겼습니다. 이후 전치 3주 상해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정진웅 검사는 병원 입원실에서 수액을 맞는 사진을 배포했습니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들이 서로 물리적 피해를 강조하는 행태를 두고, 검찰 내에선 ′검사 체면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한탄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한 검사장을 진단한 의사를 불러 신문한 끝에, 엑스레이 촬영도 없이 육안으로만 보고 적어준 상해 진단을 믿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정 검사의 무죄가 확정되자, 당시 채널A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정현 검사장은 ″검찰이 우발적인 일을 악의적인 폭력으로 몰아갔다″고 비판했습니다. ″한 전 검사장이 압수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묵비하는 등 사법절차에 협조하지 않아 추가로 압수하는 적법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돌발사건이었다″라는 겁니다. 이어 ″자기편을 수사한 수사팀을 보복하기 위해 없는 죄를 덮어씌우려 했다″면서, ″무리하게 기소한 수사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2심도 ′당시 직무 집행이 정당했다고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고,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성찰하는 것이 정상적인 공직자의 자세″라고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이 말한 2심 법원의 ″부적절했다″는 지적은 법무부가 다시 정 검사에 대한 중징계에 나선 근거가 됐습니다.
손준성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수사정보정책관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던 상황에서, 윤 총장이 특별히 아꼈던 대검 간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손 검사는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 3일과 8일, 검사 출신인 당시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작성해 보낸 것으로 지목됐습니다. 고발 대상은 윤 총장 처가 의혹과 채널A 의혹을 보도한 기자들, 그리고 진보진영 인사들로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검사장이 고발장에 피해자로 적혀 있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고발장인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은 검찰 전산망에서 채널A 사건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을 검색했고 고발 대상의 생년월일, 관련 판례를 확인했습니다. 수사에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당시 손 검사 지시로 고발장이 작성된 뒤 검찰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정치권에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고 손 검사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원은 지난 1월 손 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습니다. 법원 판단은 명확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살필 때 손 검사가 고발을 사주한 것이 맞다는 겁니다. 손 검사가 김웅 후보에게 17차례 보낸 메시지는 4월 3일 하루 안에 모두 도달됐습니다. 또 김웅 후보가 당 인사에게 ″저희가 고발장을 작성해서 드릴게요″라고 말했는데, 이때 ′저희′는 손 검사와 자신을 지칭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검찰 또는 그 구성원을 둘러싼 의혹이 고발 대상이라 실제로 고발을 사주할 범행 동기가 있었다″면서, ″검사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인 정치적 중립을 정면으로 어기고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손 검사를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재판에서 손 검사는 텔레그램에 최초 전송자로 표시된 ″손준성 보냄″이란 증거를 놓고도 일체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왜 자신이 최초 발신자로 돼 있는지 자세한 설명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납득할 수 없고, 항소해 다투겠다″고 짤막한 입장만 내놨습니다.
손 검사는 법리적 이유로 일부 무죄가 선고됐을 뿐 정치권 인사들과 공모했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으로서 극히 부적절한 행태입니다. 비록 1심이지만 죄가 무거워 실형까지 나왔습니다. ′집무집행 과정에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정 검사와 차원이 다른 비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 검사에 대한 대우는 전혀 달랐습니다.
정진웅 검사에게 적용된 엄격한 기준은 ′친윤′ 검사로 분류되는 손준성 검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손 검사에 대한 감찰은 조용히 종결됐습니다. 대검이 작년 4월 징계 시효 3년을 넘길 위험이 있고, 비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절차를 끝낸 겁니다. 통상 재판이 진행 중이면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한 뒤 심의를 정지해 시효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경우 ′김학의 출국 금지 수사 방해′ 의혹으로 지난 2022년 징계위에 먼저 회부된 뒤 심의가 정지됐습니다. 하지만, 손 검사는 예외였습니다.
손 검사는 고발사주 재판을 받던 중 검사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했습니다. 이에 앞서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전 정부 시절 고위직 검사들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 인사하며, ″감찰이나 수사 상태가 지속되는 분들을 국민 상대 수사, 재판하는 곳에 두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도 손 검사는 예외였습니다. 검찰 내부에선 우리 편은 빼고 ′남의 편′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후 재판 도중엔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한 기수 많아야 10여 명만 발탁되는 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부장검사가 독직폭행으로 유죄 판결까지 났는데도 1년이 넘도록 법무부, 검찰의 누구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지휘책임자들 누구도 징계는커녕 감찰조차 받지 않았고 모두 승진했다″
과거 한동훈 검사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성윤 검사장을 향해 이렇게 용기 있게 비판했습니다. 실제 감찰 대상으로 피의자 신분이었던 정 검사는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습니다. 원칙을 짚어주는 한 검사장의 발언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당시 검찰 인사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습니다. 이번엔 검찰이 과감하게 비위 없음 처분했던 손준성 검사장이 중대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한 검사장 자신의 말처럼 책임자로서 사과하거나 자성의 목소리를 냈을까요? 그사이 여의도로 직행한 한동훈 위원장은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세히 보진 못했는데, 1심 재판이고 하니까 더 지켜보겠습니다.″
형사사법의 기초인 평등의 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할 것을 요구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는 자신들을 ′새로운 검찰′이라 부르며, 이전 정부 검찰 동료들과 의식적으로 구분해왔습니다. 그동안의 발언이 또다시 ′내로남불′ 또는 ′편 가르기′를 위해 꾸미는 말로 폄하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사법부의 지적을 새겼으면 합니다.
<blockquote style=″position:relative; margin:20px 0; padding:19px 29px; border:1px solid #e5e5e5; background:#f7f7f7; color:#222″>″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 공익의 대표자, 인권의 수호자,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특히, 이 시대에 국민들이 검사에게 더욱 중요하게 요청하는 것은 그 권한을 법령과 양심에 따라 적절하고 공정하게 행사해 달라는 것이고, 그러한 국민들의 요청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검사의 ′정치적 중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