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조희원
보이스피싱 조직의 의뢰를 받고 해외 인터넷 전화를 국내 ′010′ 번호로 조작했다면, 공범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는 사기·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퀵 배달원인 김 씨는 지난해 3~4월 보이스피싱 조직의 의뢰를 받고, 공유기·통신중계기를 옮겨 주거나 휴대전화의 유심을 교체해주고 사례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통신중계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하는 해외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전화번호인 것처럼 바꿔주는 기계입니다.
김 씨는 자신이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인지 의심이 됐지만, 의뢰인으로부터 비트코인 환전에 필요한 작업이라는 말을 듣고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을 돕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가를 받고 일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이스피싱 조직의 공범으로 간주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1·2심 법원은 김 씨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과다한 보수를 받지도 않았으며, 각종 증거를 보관하다 적발된 뒤 수사에 순순히 응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가 1개월 이상 장소를 옮겨 다니며 중계기를 관리한 점 등을 토대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타인통신매개행위를 고의로 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