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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로 7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한 손예진을 만났다. 손예진은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만수(이병헌)의 아내 '이미리'를 연기했다.
밝고 유쾌한 성격의 ‘미리’는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어떤 상황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남편 ‘만수’의 실직에 질책보단 위로를 건네고 가족의 중심이 되어주는 ‘미리’. 취미인 댄스와 테니스를 관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며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위기에 대처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만수’가 매달리는 구직 활동이 보통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감지한다.

지난해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독.보.적. 손예진' 특별전이 열릴 정도로 손예진은 독보적인 여배우다. 그런 그가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7년 동안 손예진은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고 아들을 유치원에 보낼 정도로 육아도 했다. 배우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가족을 이루고 부모가 되며 새로운 인생의 챕터를 맞이했던 것.
손예진은 "아이를 낳고 케어하는 기간이 얼마가 적당한 걸까를 계속 고민했다. 그 기간이 결국 저의 복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니까. 배우라는 직업은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지 않고, 한 번 작품에 들어가면 올인을 해야 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다. 육아는 24시간을 모두 아이에게 써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유년기 동안에는 최대한 애정을 쏟아부어야 아이에게도 좋다는 생각에 3년간은 육아를 할까 생각했었다. 결국 2년에서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육아에 매진한 셈"이라며 복귀 시기를 결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음을 이야기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육아에 올인하고 있을 때에는 다른 걸 들여다볼 여력이 안 생긴다. 그럴 때 어떤 작품이 복귀작이 될지 궁금증과 약간의 불안함은 있었다"는 고백을 하며 "이런 영화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게다가 이런 장르에 박찬욱 감독님이 제안을 주셨으니 고민을 오래 할 필요가 없었다"라며 복귀작으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손예진은 "아예 일을 못 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여배우로서 멜로를 연기할 때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라는 노파심과 걱정은 되더라. 그런데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있고,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역할도 열려 있다는 생각에 거리낌은 없어지더라. 다른 방향의 시작이 아니겠나. 김희애 선배처럼 '밀회' 같은 작품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라며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지냈는지 이야기했다.
육아에 전념하던 엄마 모드에서 첫 촬영을 하러 나가는 여배우 모드로의 전환에 대해 손예진은 "아이에게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나가는 순간 '이거였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차 안에서 오랜 시간 이동하는 시간도 행복했다. 전에는 일이 그냥 일이었다면 이제는 다시 일하는 자체가 리프레시되는 느낌이 들고, 현장을 더 즐기고 연기를 즐기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연기하는 순간 힘들고 잘해내야 한다는 고민조차도 오랜만이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며 육아 공백기가 일을 더 사랑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다는 말을 했다.
"1부터 10까지 내 인생이 다 아들 낳고 변했다"는 손예진은 "예전에 내가 어떤 여배우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매일 유모차 끌고 놀이터 가면 조용히 오셔서 팬이라고 하는 유치원 엄마들 때문에 돌아보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예전에는 다 가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아이 때문에 동네 놀이터에 가서 이웃과 친해지고, 엄마 역할이 첫 번째이고 가끔 일도 하는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 이 와중에 일이 있고, 나를 단련하는 운동도 할 수 있고, 나가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모든 엄마들이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시고 산다는 걸 경험하고 있다"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치켜세웠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아들을 낳고 변했다며 "예전에는 중요한 촬영이 있으면 3일씩 방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아이 케어도 해야 하고, 이 시간은 이 아이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유년 시절의 행복을 아이에게 주고 싶어서 온·오프를 확실하게 하게 된다. 지방 촬영도 예전 같으면 전날 가서 준비했을 텐데 이제는 매니저에게 미안하지만 밤사이 아이와 함께 있다가 새벽에 지방으로 출발한다. 차에서 해야 될 일에 집중하고 그때에만 온을 하고 집에 오면 오프 모드로 바꾼다. 이렇게 하니 오히려 생각도 열리게 되더라. '어쩔 수가 없다' 촬영은 이런 온·오프 모드 때문에 더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워킹맘으로 어떻게 지내는지를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전도사 마냥 긍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는 손예진은 "모두 다 아이를 낳아라. 마음은 셋도 낳았는데… 워킹맘으로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말을 해 웃음을 안겼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어쩔수없다'는 9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