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남호

유네스코 메일 '읽씹' 서울시, 이유 묻자 "영어 안돼서‥"

입력 | 2025-11-14 13:46   수정 | 2025-11-1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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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인근에 142m 높이의 초고층 재개발 사업 계획을 내놓은 서울시가 올해 초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 영향평가를 실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도 반년 넘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문이 영어로 돼 있어서 의미 파악이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3월 서울시의 고층 건물 개발 계획을 우려하는 내용의 외교 문서를 국가유산청에 보냈고, 유산청은 4월 7일, 관련 조치를 해달라며 유네스코의 원문을 서울시로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나흘 뒤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고 답신을 보냈습니다.

이코모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검토의견서가 영어원문으로 작성돼 의미 파악을 할 수 없다면서, 번역을 좀 해달라고 요청한 겁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5월 28일, 유산청은 원본 문서의 주요 내용을 한글로 짚어주는 내용을 담아 다시 공문을 보냈는데, 서울시는 이에 대해선 회신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자 유산청은 넉 달 뒤인 9월 23일, ′검토사항 이행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공문을 또 보냈지만, 그래도 아무런 조치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초고층 계발 계획을 고시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극우인사 모스탄에게는 영어 메일까지 보내던 서울시가 갑자기 ′선택적 영어 문맹′이 된 거냐″며 ″무능을 넘어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공문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판단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며 ″문화재는 전문 분야니 국가유산청에 정확한 해석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세운4구역은 19년간 13번의 문화재 심의를 받아왔고, 종로 일대의 슬럼화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유산청과 주민 등 관계 주체들의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