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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나포로 치고받는 미-이란‥세계 경제는 한계 상황

입력 | 2026-04-23 15:28   수정 | 2026-04-23 15:38
<B>이란, 민간 선박 나포 영상 공개</B>

이란 국영 방송은 현지시간 23일 이란혁명수비대의 호르무즈 해협 통제 활동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전날 촬영된 영상에서, 무장한 이란 군인들은 고속정을 타고 대형 컨테이너선에 접근했습니다.

복면인 스키마스크를 쓴 이란 군인들은 사다리를 타고 선박 옆면을 타고 올라갔고, 곧 조타실을 장악했습니다. 촬영팀은 바다 한가운데 멈춰선 선박의 모습을 드론으로 항공 촬영해 담았습니다. 대외 선전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된 작전임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이란군은 허락 없이 해협을 몰래 빠져나가려 했다고 조사가 필요하다고 나포 이유를 댔습니다. MSC-프란세스카호 등 3척이 이란 영해로 끌려갔습니다. 어느 선박인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란군이 포격을 가하면서, 한 선박의 선교가 크게 부서지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B>나포에 나포로‥치킨게임 하는 미국-이란</B>

이란이 나포 작전에 나서기 사흘 전, 미군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맞서 이란 연계 화물선을 함포 사격 뒤 억류했습니다. 이란 국적 원유 선박들을 공해에서 차단하는 작전도 진행 중입니다.
정리하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올렸고, 미국은 이에 대응해 이란 역봉쇄라는 포석을 뒀습니다. 미국이 추가로 이란 선박 나포를 시행하자, 이란이 다시 선박 나포로 저울추의 균형을 맞추는 모양새입니다. 선장과 선원들도 양측에 볼모로 잡혔습니다. 직접 포격을 주고받는 대신, 민간인들을 가운데 두고 미국과 이란이 위험천만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이 벌이는 ′치킨 게임′에 판돈이 걸린 건 두 나라뿐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평소 하루 유조선 등 130여 대의 선박이 오가던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꽉 막힌 상태입니다. 국제 기준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1백 달러가 ′뉴 노멀′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각국은 비축유를 줄이고 소비를 제한하는 비상 대책에 나섰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불안정성이 장기화되면서 여러 달 동안 해협 폐쇄가 지속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B>미국 이란 치킨게임에 피 흘리는 세계 경제</B>

매일 1천만 배럴 이상, 전 세계 공급량의 10% 해당하는 석유와 석유 제품을 내보내던 호르무즈 해협이 얼어붙으면서, 생산 비용 상승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축소되는 ′수요 파괴′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1973년 석유 위기보다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 여파로 미국 걸프 연안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경로인, 파나마 운하의 통과 비용이 10배가량 급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타격을 입은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대신 미국산 에너지 등 대체 석유와 가스를 구입하려고 뛰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이전보다 많은 선사들이 매일 진행되는 운하 통과권 경매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협 봉쇄는 농산물 생산에도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해협이 비료 거래 등 식량 생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는 암모니아 등 질소 비료를 만드는 주 원료이기도 합니다. 다국적 회사 비톨의 책임자는 원자재 국제 행사에서 ″이 상황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에너지 위기가 식량 위기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B>방관하는 미국‥″미국 선박 아냐″</B>

해협에 선박이 봉쇄돼 급증하는 보험료 등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선사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몰래 통행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선박 정보 분석회사인 로이즈 리스트 인텔리전스는 지난 3월부터 19일까지 약 398척이 해협을 빠져나왔고 이중 308척은 이란과 관련된 선박이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습니다. 이란과 무관한 선박은 90척에 불과했습니다.

백악관은 일단, 이란의 나포 행위로 협상이 엎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선박들은 미국 선박이 아니고 이스라엘 선박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제3국 대상 선박의 나포를 용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