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5-14 11:44 수정 | 2026-05-14 12:08
트럼프 대통령이 9년 만에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무역 갈등, 이란 전쟁, 기술 협력 등 다양한 이슈와 함께, 홍콩 언론인의 석방 문제가 의제로 등장했습니다. 세계 언론들의 관심은 과연 이번 방문 때 트럼프가, 수감 중인 홍콩 미디어 재벌인 지미 라이에게 자유를 선사할 수 있을지에 쏠렸습니다.
<B>지미 라이 석방, 미중 정상회담 의제 오르나</B>
지미 라이는 패션 기업 지오다노의 창업주이자 언론사 빈과일보를 창간한 언론사 사주이기도 합니다. 재산은 약 12억 달러, 약 1조 7천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1948년 중국 본토인 광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가난을 피해 홍콩으로 건너온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공장 잡부에서 시작해 자기 공장을 가진 어엿한 사업가가 됐고, 81년 의류업체 지오다노를 세워 큰 돈을 벌게 됩니다.
1989년 천안문 사태는 그의 인생에 평생 가는 큰 상흔을 남겼습니다. 분노한 그는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곧 중국 정부가 감시하는 요주의 인물에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이 1994년 자신이 창업한 ′지오다노′의 사업에 지장을 준다고 생각하자, 지분을 팔고 언론 사업에 본격 뛰어듭니다. 이듬해 빈과일보를 창간하고 창간 사설에서 ″홍콩인을 위한 신문이 되겠다고 서약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당시 약속했던 자치권을 줄이고,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나갔습니다. 미디어 재벌이 된 지미 라이와 중국 정부 사이의 갈등도 점차 격화됐습니다. 2014년과 2019년 홍콩을 뒤덮었던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또 다른 기점이 됐습니다. 지미 라이는 단지 시위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 주도했습니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9년 당시 워싱턴을 직접 찾아 부통령과 국무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에게 홍콩 상황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B>도피 기회 있었지만 감옥행을 선택</B>
억만 장자인 그가, 평생 쓰기도 어려운 돈을 모아두고도, 왜 고통을 자처하는 것일까. 영국 시민권도 보유한 만큼 마음만 먹으면 다른 나라에서 편하게 여생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올해 일흔여덟, 팔순을 바라보는 그의 여명이 길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일부 언론은 홍콩의 ′괴짜 재벌′이라고 그를 조소 섞인 표현으로 묘사했습니다. 중국 당국은 홍콩 문제를 체제 단속 차원으로 끌어올렸고, 따라서 지미 라이의 싸움은 승산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중국 정부는 2020년 국제 사회의 비난에도,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고 이에 근거해 지미 라이를 기소합니다. 이미 불법 집회 참여 혐의로 14개월 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최대 종신형이 가능한 외세 결탁 혐의 등이 추가됐습니다. 홍콩 내 자산도 동결시켰습니다. 그가 만든 빈과일보는 압수수색을 받았고, 편집국장 등 임직원들도 체포됐습니다. 결국 이듬해 창간 26년 만에 자진 폐간하고 맙니다.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으로 ′가짜 뉴스′를 처벌하겠다고 예고했을 때부터 중국의 강경 대응은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법 시행과 적용까지 시간이 있었던 만큼, 지미 라이에겐 언제든 해외로 떠나는 길이 열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남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B>″수감되는 것이 의미 있는 삶″</B>
자유의 몸으로 BBC와 진행한 마지막 인터뷰에서 지미 라이는 그 이유를 조국에 대한 ′보은′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홍콩에 ″이제 빚을 갚을 때이고 이게 내 상환 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편한 복장으로 체포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공포는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면서, 홍콩에 남아 싸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감옥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삶이겠지만, 수감이 된다면 의미 있는 삶이 될 거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 중 수감된 지미 라이는 5년여 만인 지난 2월, 2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종신형을 내린 겁니다. 미국과 영국이 정부 차원에서 석방을 요구하고, 언론단체들도 규탄했지만 여전히 중국 당국은 강경합니다. 홍콩 당국은 ″기자 단체들이 대중을 오도한다″며 비판 성명을 낸 홍콩기자협회를 ″경멸스럽다″고 비난했습니다.
<B>트럼프, 시진핑에 ′석방 요청′ 계획</B>
지미 라이는 중국 공산당 정부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현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그의 석방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 방문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에게 ″그는 옳은 일을 하려 했다. 성공하지 못했고 감옥에 갔다. 사람들은 그가 나오길 바라고, 나 역시 그가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앞서 지난해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도 지미 라이 석방 문제가 논의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정상회담 시작도 전에 지미 라이 석방 문제는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미 라이는 반중 홍콩 교란 사건의 기획자이자 참여자″며 ″홍콩 문제는 중국 내정에 속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미국이 몇몇 의제에서 양보하는 대신 지미 라이 석방을 트럼프의 성과로 챙겨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측은 고령인 지미 라이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인도적인 차원에서 가석방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