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뉴스정동욱

등교 연기에 남아도는 우유…'눈물의 할인 판매'

입력 | 2020-04-22 17:13   수정 | 2020-04-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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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코로나 19사태로 요즘 힘들지 않은 곳이 없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 급식용 우유를 제조했던 낙농가와 우유업계가 유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생산은 계속 똑같이 하고 수요는 끊기자 마트에 가면 우유 할인 행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정동욱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이천의 한 젖소 농가.

축사를 빠져나온 젖소들에게 하나 둘 착유기를 채우고.

젖을 짜기 시작하자 하얀 원유가 빨려 나옵니다.

여과 등의 과정을 거친 원유는 섭씨 73도로 살균하고 다시 저온 냉각해 병에 주입됩니다.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생산하는 원유는 통상 40리터로 급식용 우유 200개에 해당하는 양입니다.

우리나라 하루 평균 우유 생산량은 약 5천6백 톤입니다.

예년보다 기온이 따뜻한 올해엔 우유 생산량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 19 사태로 초중고교 등교가 미뤄지면서 급식용 우유 공급은 뚝 끊어졌고

[김새한/영양사]
″학생들이 언제 등교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요.청소나 위생을 신경쓰면서″

매일 200㎖짜리 우유 300만 개, 총 600톤의 우유가 남아 돌면서 우유는 처치가 곤란한 지경입니다.

[위철연/낙농가 대표]
″(생산량을) 줄였다 늘렸다 할 수 없습니다. 소의 생리적인 면에서…″

그러다보니 요즘 대형마트에선 때아닌 우유 할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개들이 묶음 상품에 덤으로 작은 우유를 한 두개씩 더 주고, 심지어 2.3ℓ나 1.8ℓ나 값은 엇비슷합니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우유를 더 산다는 소비자도 있지만

[강현덕]
″집에 애들 있으니까 2개씩 사가는 거에요.″

우유 값이 싸졌다고 갑자기 더 사먹겠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호영]
″필요한 만큼만, 항상 이 정도 2개씩″

급식 중단으로 추산된 우유업계 전체 매출 감소액은 지난달에만 2백억 원 수준.

남는 원유를 유통기한이 긴 멸균 우유나 탈지 분유로 만들고 있지만 높은 원가와 보관 비용으로 조만간 한계에 직면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박상도/한국유가공 협회 전무]
″급식물량이 그대로 남아돌고 있습니다. 낙농업계 모두 자구 노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미 미국 낙농가들은 갓짜낸 신선한 우유를 바로 배수구에 내다 버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교와 대형 식당이 문을 닫았고, 유통망도 붕괴됐기 때문입니다.

[라이언 엘비/미국 낙농민]
″우유를 버린다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 지는 모르겠어요. 이래도 안되면…″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이들이 언제 학교로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 12월에 멈춘 식단표는 기약 없는 등교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