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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생태계 파괴하는 포식자…큰 입 배스와의 전쟁
입력 | 2020-05-25 17:23 수정 | 2020-05-2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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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외래 어종인 ′배스′는 70년대 시험 방류 이후, 우리나라 호수나 하천의 수 생태계를 위협하는 골칫덩이가 돼버렸는데요.
최근 배스 개체수를 줄일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정동욱 기자가 현장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북한강 최상류에 위치한 춘천호.
2000년대 초반까지도 쏘가리, 동자개 같은 토종 물고기가 흔했던 곳입니다.
″입수하겠습니다. 입수!″
4미터 깊이 물 속에 잠수하자 1분도 안돼 제일 먼저 눈에 띈 물고기.
청갈색 줄무늬가 특징인 외래 어종 ′큰 입 배스′입니다.
잠수사가 작살을 쏘자, 배스는 꼼짝없이 당합니다.
4월부터 6월까지가 주 산란기인데, 알을 낳기 위해 수심이 얕은 곳에 올라오기 때문에 포획에는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공명식/배스 퇴치 잠수사]
″(물 밑에 배스 등) 교란종만 보이네요.″
10여 분이 지나자 40CM 넘는 배스들이 굴비 엮이듯 줄줄이 꿰어집니다.
춘천호에서 갓 잡아올린 배스입니다.
이틀동안 포획된 양만 500KG에 달합니다.
최상위 포식자답게 입 안에는 밀어와 모래무지 등의 토종 물고기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
그나마 천적으로 통하는 토종 물고기로 쏘가리나 가물치가 있지만, 번식력이 떨어지고 개체 수가 적어 배스를 당해내기는 역부족입니다.
[한신철/생태교란어종퇴치관리협회장]
″(그대로 두면) 엄청난 번식력으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결국 토종 어류가 멸종을 하게 됩니다.″
1970년대 초 식량난을 해결한다며 남한강 일대에 시험 방사된 배스.
하지만 특유의 강한 생선향 때문에 소비자들은 외면했고, 수요가 사라지자 토종 어류를 싹쓸이 하는 폭군 물고기로 탈바꿈했습니다.
낚시 대회까지 열며 배스를 아무리 잡아 내도 수요가 없다보니 잡은 배스를 처리하는 것조차 골칫거리였습니다.
냉동된 배스를 분쇄기가 갈아냅니다.
섭씨 120의 고온에서 4시간 동안 푹 끓인 뒤, 미생물과 섞어 열흘 간 발효시키면, 단백질과 칼슘, 인이 풍부한 ′액상비료′가 탄생합니다.
잡아도 쓸모 없는 배스를 재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이른바 ′업사이클링′입니다.
[김경회/배스 비료 업체 이사]
″배스 1KG를 가지고 약 2리터 정도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화학 비료와 달리 자연 유래 성분이라 토양에 미치는 악영향 없어 유기농 농법에 적합합니다.
[박성준/농업인]
″(배스 비료 사용)한 것과 안 한 것의 차이는 현재 비대상태는 30~40% 차이가 난다.″
고양이들이 먹이를 두고 경쟁하듯 달려듭니다.
고양이를 위해 만든 영양제인데, 배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습니다.
뇌와 간에 필요한 필수영양소 ′타우린′이 배스에 많이 함유돼있어 고양이 영양제로, 역시 ′업사이클링′ 한 것입니다.
배스를 잡는 대신 번식을 막는 방법도 도입됐습니다.
자갈을 들어내자 노란 빛깔의 몽글몽글한 알들이 모여있습니다.
인공 산란장에 배스가 낳아놓은 수정란들인데 이렇게 제거한 수정란이 작년 한 해 10만여 개에 달합니다.
[염재원/성남시 환경정책과 주무관]
″성체를 4천여마리 정도 포획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40여년 간 늘어만 갔던 배스의 개체수를 새로운 대안들이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