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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의표
[소수의견] 장애인들도 헷갈리지 않게…"투표 용지에 그림을"
입력 | 2020-01-02 20:22 수정 | 2020-01-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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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 사회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죠.
국민이라면 누구나 투표할 권리가 있고, 이로 인해 사회를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발달 장애나 자폐, 지적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정신적 장애인′들은 현재 쓰이는 투표용지나 공보물로는 제대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홍의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퇴근길 인파로 분주한 서울 대학로.
발달장애인 김대범 씨를 비롯한 장애인 활동가들이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돌립니다.
″읽어봐주세요, 한번 봐주세요.″
이들이 돌리는 전단지엔 가상의 투표 용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당 이름 옆에 후보자의 사진이 들어가고, 기표 칸도 조금 넓은 투표용집니다.
[김대범/발달장애인 참정권 활동가]
″후보자 사진과 정당 로고가 들어간 심볼 투표용지가 필요합니다. 기표 칸은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투표 용지가 어떠십니까?″
김대범 씨는 왜 이 전단을 돌리는 걸까?
지금 우리가 쓰는 투표 용지는 당명과 후보자 이름만 적혀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이야 쉽게 알아보고 기표 도장을 찍을 수 있지만, 정신적 장애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공보물을 보며 어렵사리 내용을 익혀도 기표소 안에 들어가면 쉽게 연상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기표란이 좁아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엉뚱한 곳에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박경인/발달장애인 참정권 활동가]
″(후보자) 이름만 있고 당만 적혀 있어서, 어디에 체크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투표권을 가진 19세 이상의 정신적 장애인은 전국적으로 28만여 명.
이들도 엄연한 유권잡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서만 특별한 투표용지를 제작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림이나 당 로고를 넣으면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투표할 수 있고 그만큼 많은 유권자들이 쉽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성연/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투표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어르신이라든가, 기본적으로 맞춰놓은 투표 방식에 맞추기 어려운 사람에, 누구나 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실제로 다른 나라에는 그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홍콩에서는 후보자 사진을 넣어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고, 아르헨티나와 스코틀랜드 등에서도 투표 용지에 사진과 로고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그림 투표 용지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50개국이 넘습니다.
[김대근/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그림이나 이미지 같은 것들을 통한 선택을 보조할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할 거고. 좀 더 섬세한 입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발달·지적장애인을 위한 투표용지를 별도로 제작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법안 소위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읽기 쉽고 표기하기 쉬운 투표용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 정신적 장애인들의 작은 소망입니다.
[박경인/발달장애인 참정권 활동가]
″많은 장애인들은 이런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의 미래이고 저의 꿈이라고 생각해요.″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 김신영, 윤병순 / 영상편집: 김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