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아영

[소수의견] 눈길을 헤치고 집집마다 배달…하루 꼬박 86km 달려

입력 | 2020-01-05 20:27   수정 | 2020-01-0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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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우리 사회의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는 소수의견 시간입니다.

연초에는 가족·친지들과 반가운 소식 많이들 주고받으시죠.

그래서 우체국 집배원들은 이 시기에 유독 바빠지는데요.

특히, 강원도 산골마을의 집배원들은 이 겨울이 특히 힘들다고 합니다.

김아영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 기자 ▶

저는 지금 평창우체국 앞에 나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곳에는 한파가 찾아와 영하 10도까지 떨어졌는데요, 안에는 배달 준비작업이 한창이라고 하는데 우선 들어가보겠습니다.

오전 9시, 우체국 안은 벌써 당일 배송해야 할 물건들로 가득 찼습니다.

각종 고지서에 선물, 평소 받아보는 신문까지 종류도 다양합니다.

[석천일/집배원]
″(신문의 경우) 외곽 쪽으로는 멀어서 힘들어요. 그래서 우체국으로 접수해서…″

28년차 베테랑 심상열씨가 오늘 배달할 물량은 모두 50여킬로그램.

건물 밖으로 옮기는 것조차 버겁습니다.

″다음 차에 와요.″
″꽉 찼어요″

이 많은 물건을 오토바이 한 대에 실어야 하는데요.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 탓인지, 오토바이 한 대가 말썽을 부립니다.

(왜 안 걸리는 거예요?)
″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일이 자주 있어요?)
″네, 겨울에는 좀 많이.″

심상열 씨가 출근길에 올랐습니다.

오늘 방문해야할 집은 모두 400여 가구.

[심상열/집배원]
″물량이 많을 겁니다. 집집이 들려야 하니까… 고지서가 나와서″

10분 정도 달려 인적이 드문 산골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새해 선물 전해줄 생각에 마음은 급하지만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요.

택배 차량도 여간해선 갈 수 없는 좁은 길이다보니, 취재차량이 따라붙기가 버거울 정도입니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그 와중에도 쉴틈 없이 동네 이곳저곳 누비고 다니는 심상열씨.

제설 작업도 안돼있는 비포장 도로, 빙판길을 다니는 게 위험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동료들 이야기부터 합니다.

[심상열/집배원]
(위험하지 않으세요?)
″위험해도 어쩔 수 없죠 뭐. 혼자 일어나야죠. 앞바퀴에 구멍이 나면서 어깨를 크게 다쳐서 4개월동안 묶고 있었던 적이 있었어요. 동료들이 일을 다 맡아서 하고…″

우편물을 한아름 안고 찾아갈 때마다 반갑게 맞이하는 주민들.

″뭐 이렇게 많아″
″연말이라서″

적적한 어르신들에게 심씨는 더 없는 친구입니다.

[권혁기/평창군 평창읍 마지리]
″고생도 많이 하시고. 여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사람도 못 다녀요. 근데도 와서 다니시는 것 보면 불쌍하고 그래요.″

[심상열/집배원]
″어르신은 올 때마다 커피 아니면 고구마 쪄놓고 먹고 가라 그러고 옥수수 먹고 가라 그러고…″

오후가 되자, 발걸음은 더욱 빨라집니다.

해 떨어지기 전에 배달을 마쳐야하기 때문인데요.

주민들도 이 사정을 아는지 우편함을 집 앞이 아닌 길가에 걸어뒀습니다.

[심상열/집배원]
″저 꼭대기에 사는 분인데 편의를 봐주셔서 (우편함을) 놔두고 갔어요″

1분 1초가 소중하다보니 사납게 짖어대는 강아지를 위해 아예 간식까지 준비해 다닙니다.

[심상열/집배원]
″개가 짖으니까 간식을 주면 안 짖거든요. 그래서 올 때마다 주고 있습니다.″
(미리 간식을 준비해서 다니시는 거예요?)
″네네″

지난해 12월 기준, 강원도 평창 우체국 집배원들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86km로, 서울 지역 집배원들보다 4배 이상 길었습니다.

[심상열/집배원]
″전국에 모든 집배원들이 고생 많이 하고 계시는데, 집배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됐으면하는 바람입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용 / 영상편집 : 이화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