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승섭

[당신뉴스] '메르스 슈퍼전파자' 낙인 찍힌 순간…"모든 것 잃어"

입력 | 2020-01-07 20:06   수정 | 2020-01-07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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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시청자의 소중한 제보로 만드는 ′당신이 뉴스입니다′ 순섭니다.

5년 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 메르스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 대전·충남 지역의 첫 환자이면서 이른바 ′슈퍼 전파자′로 지목된 40대 남성이 있습니다.

자신도 억울하게 감염된 피해자인데 그저 남에게 몹쓸 병을 옮겼다는 낙인 속에 지금까지도 외로운 섬처럼 단절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를 이승섭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평범한 가장이었던 46살 A 씨는 5년 전, 대장 용종을 제거하기 위해 평택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A씨는 이후 대전의 대형병원 두 곳에 갔다가 메르스 전파자가 됐습니다.

A씨로 인해 발생한 메르스 환자는 25명, 이 중 11명이 숨지면서, A 씨에게는 16번 환자, 또는 ′슈퍼전파자′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병원 치료 도중) ′당신 때문에 메르스에 걸려서 죽은 사람도 많고, 감염되어서 다 이렇게 큰 난리가 났는데′(라고 듣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속 슬픔에 많이 울었어요.″

온몸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이겨내고 퇴원했지만, 일상은 엉망이 됐습니다.

3년 동안 운영하던 사업장은 ′메르스 슈퍼전파자′네 가게라고 소문 나 1년 만에 문을 닫아야 했고, 후유증인 팔다리 통증 치료에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그때는 악몽이죠, 진짜. 제가 죽을 생각까지 갔던 터라 아내도 많이 힘들었죠. 계속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 같더라고요.″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이면서도 A씨는, 남에게 죽을 병을 옮겼다는 죄책감에 메르스 백신 연구에 피실험자로 3년이나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제,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A 씨/메르스 16번 환자]
″정부에서는 해주는 것도 없고, 보호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라 정책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5년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를 키웠던 정부의 무능함도, 환자들의 아픔도, 기억 너머로 희미해졌지만, 메르스 전파자들의 무너진 삶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MBC뉴스 이승섭입니다.

(영상취재: 신규호 (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