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송정근

'파산' 日 기업에도 소송…"돈 받자는 게 아니다"

입력 | 2020-01-14 20:15   수정 | 2020-01-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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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을 상대로 또 다른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소송에서는 이미 25년 전 파산한 전범기업을 상대로도 손해 배상을 청구했는데 이번 소송의 목적이 단순히 물질적인 배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송정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올해 83살인 박영석 할아버지는 아버지 얼굴을 모릅니다.

태평양 전쟁이 한창이던 1942년, 아버지는 노예 노동으로 악명높은 일본 홋카이도 탄광기선 회사로 끌려갔고, 그 곳에서 붕괴 사고로 숨졌습니다.

[박영석/강제동원 피해 유족]
″지금까지도 아버지 얼굴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참으로 어렸을 때에 너무나 서글픈 세상을 보냈습니다.″

또다른 피해자 유족인 김승익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평생을 강제노동의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증언합니다.

[김승익/강제동원 피해 유족]
″나라를 잘 못 만났든지, 시대를 잘 못 만났든지 알 수가 없고 한이 맺히고…아버지가 살아 생전 때 이 한을 좀 풀어달라고…″

이런 피해자들의 한을 풀기 위한 두번째 집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근로정신대시민모임이 모집한 5백여명 가운데 피해 사실 소명이 가능한 33명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 6곳을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특히 대상 전범기업 가운데 홋카이도 탄광기선은 25년 전 파산해, 승소하더라도 배상금을 받아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피해자들은, 돈보다는 강제동원의 불법성을 고발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려는 목적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국언/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공동대표]
″단순히 돈 몇 푼이 아니라 그 잃어버렸던 세월, 그 다음에 돌아가실 때까지 가슴에 안고 있었던 그 부친이나 가족의 한, 이것 때문에…″

지난해 4월에는 피해자 54명이 1차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전범기업들은 소장을 받았다는 회신을 미루며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측의 모르쇠에도 불구하고, 2018년 대법원이 양금덕 할머니 등이 제기한 첫 소송에서 배상 확정 판결을 내린 이후, 일본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영상취재: 김영범(광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