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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종북 좌파가 요설을"…집요했던 '명진' 퇴출 작전

입력 | 2020-02-12 19:39   수정 | 2020-02-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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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과거 정부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관련 MBC의 단독 보도로 시작합니다.

국정원에는 모든 공작과 기밀이 담긴 문서가 저장된 중앙 저장소가 있습니다.

불법적인 민간인 사찰 문서도 여기에 그대로 저장돼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지만 국정원은 이 문서들을 공개도 폐기도 하지 않고 봉인해 둔 겁니다.

MBC가 이 문서의 일부를 처음 입수했습니다.

감시의 대상은 서울의 대형 사찰 봉은사의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었습니다.

먼저, 나세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2010년 1월 7일 작성된 국정원 비밀문서입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정권 퇴진이 필요하다는 망발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정원 문건의 목표는 명진 퇴출이었습니다.

조계종 종단에서 연임을 저지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보수 언론을 동원해 명진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획보도를 내고, 3대 국민운동 단체를 시켜 비난 댓글 달기 운동도 계획했습니다.

명진에 대한 이런 식의 사찰과 공작 문건은 그 해 상반기에만 6개가 더 작성됐습니다.

[봉은사 주요 현황]
[명진의 각종 추문]
[명진의 종북 발언 및 행태]
[명진 비리 수사로 조기 퇴출]
[봉은사 내 명진 지지세력 분포 및 시주금 규모]
[사설암자 소유 의혹]

국정원은 명진을 쫓아내는 구체적 방법으로, 봉은사를 총무원이 직접 관리하는 ″직영 사찰로 전환″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8개월 뒤 국정원 계획대로 봉은사는 직영 사찰이 됐고 명진 스님은 쫓겨났습니다.

[명진]
″(당시 총무원장에게) 직영 누가 결정한 거냐 그랬더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그럼 누가 결정한 거냐. 모르겠다는 거야. ′말할 수 없습니다.′″

명진에 대한 사찰과 공작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원세훈 국정원장의 작품이었습니다.

원세훈 씨는 2010년 7월 국정원 회의에서 ″종북좌파가 서울 한복판에서 요설을 설파한다. 이런 사람을 ′아웃′시키지 못하면 직무유기″라고 말했습니다.

이 사찰과 공작에는 국내 정보 파트뿐 아니라, 간첩 잡는 방첩국 소속 특명팀도 투입됐습니다.

사찰 결과는 청와대로 보고됐습니다.

당시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이런 국정원의 공작을 알고 있었을까?

″스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국정원 문건에서 스님 성함이 나오거든요. 명진 스님 퇴출하고 조계종단에서 외부 국정원과 협의하신 것 맞습니까?″

그러나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말씀만 여쭈려고요.″

[명진]
″저는 19살에 출가해 지금 칠십입니다. 근데 이런 문제가 그냥 넘어가고 있는 거, 아무 일도 없던 것 같이. 과연 이게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제 개인으로는 너무 큰 삶의 장애였거든요.″

검찰 수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명진 퇴출 공작의 새로운 증거가 드러났지만, 조계종은 종단 내부의 결정이었을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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