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한수연

범죄자처럼 손목에 밴드?…"실효성 없고 인권침해만"

입력 | 2020-04-07 20:00   수정 | 2020-04-07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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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자가 격리 중에 감시망을 피해서 돌아다니다가 적발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죠.

방역 당국이 손목 밴드를 착용하도록 해서 감시를 하는 방안을 현재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또 여기에 인권 침해 논란도 만만치 않은 상황인데요.

한수연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인도네시아에서 입국한 뒤 자가 격리 중이던 20대 남성이 ″답답하다″며 무단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입국 시 자가격리 앱을 설치한 상태였지만, 경고음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서울 노원구청 관계자]
″(앱을) 설치는 했는데 GPS를 꺼놨다고 하더라고요. 연락이 안 돼서, (점검반이) 현장을 방문한 거죠.″

지하철까지 타면서 배회하던 이 남성은 경찰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한 시간 만에 검거됐습니다.

이처럼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해 경찰이 수사 중인 사람은 모두 75명.

이 가운데 6명이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휴대폰만으로는 자가격리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손목 밴드로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휴대전화에서 10미터 이상 떨어지면 실시간으로 경보가 울리고 점검반이 현장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윤태호/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핸드폰을 두고 나간다든지 아니면 위치 정보를 끄는 등의 문제가 발생을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수단들이 있지만 그중에 한 방안으로서 손목 밴드도 고민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미 홍콩은 지난 달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했습니다.

[안젤라 판/홍콩 시민]
″이게 밴드입니다. 멋지진 않죠. 집을 나서게 되면 경보가 울리고, 보건당국이나 경찰에 적발될 겁니다.″

밥을 먹거나 일을 할 때, 설거지를 할 때도 밴드를 풀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쉽게 풀 수 있다는 게 현지 시민들의 경험담입니다.

무엇보다 홍콩에선 손목 밴드가 도입된 이후에도 자가격리 위반 건수가 크게 줄어들진 않아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정부는 손목 밴드도 자가격리 앱처럼 본인 동의를 받아 설치한다는 방침인데, 국내 접촉자의 앱 설치율은 60%에 불과해 손목 밴드의 동의율은 더 낮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가 격리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인권침해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어 정부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편집: 김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