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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호
간호사 4명 아이 모두 심장질환…법원 "태아 질병도 산재"
입력 | 2020-04-29 20:34 수정 | 2020-04-2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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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여성 노동자의 근로 환경 때문에 태아에게 선천성 질환이 생겼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아이의 선천성 질환이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대법원이 내린 최초의 판결인데, 무려 10년 가까이 싸워온 제주의료원 간호사들의 사례입니다.
조인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지난 2010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5명이 임신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무려 5명이 유산하고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낳았습니다.
역학조사 결과, 이들 간호사들은 임신 후반기만을 제외하곤 새벽도 포함된 3교대 근무를 해야했습니다.
또 알약도 삼키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선 알약을 가루로 분쇄하는 일을 해야했는데, 이런 약 가운데는 임신한 여성이 들이마시면 매우 위험한 것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간호사들은 자신과 태아까지 산업재해를 입었다며 보상을 요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간호사들만 인정했습니다.
산재보험법상 적용 대상은 근로자 본인에 국한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간호사들은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승소, 2심은 패소로 엇갈렸습니다.
무려 10년의 기다림. 대법원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임신한 여성에게 업무로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업무상 재해이므로 출산으로 어머니와 태아가 분리돼도 요양급여를 받을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종길/대법원 공보연구관]
″태아의 건강 손상,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어머니인 여성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최초의 대법원 판례입니다.″
간절한 기다림 끝에 권리를 인정받았지만 간호사들은 여전히 선천성 심장질환에 시달리는 아이 때문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습니다.
[허 모씨/전 제주의료원 간호사]
″지난 일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데 눈물이 나긴 했거든요. 언젠가는 큰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다시 또 마음이 아프고…″
노동계는 산모와 아이를 모두 벼랑으로 내모는 이런 산업재해는 다시는 되풀이되면 안된다고 산업재해보험법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제주의료원에서 사건이 발생한지 10년 만에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이 여성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MBC뉴스 조인호입니다.
(영상취재: 문홍종/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