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공윤선

"아빠 미워 거짓말"…진술 번복해도 '딸 성추행' 유죄

입력 | 2020-05-14 20:34   수정 | 2020-05-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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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10대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됐습니다.

딸이 법정에서 ′추행 사실을 거짓으로 꾸며냈다′면서, 진술을 번복했지만, 대법원은 친족으로부터 입은 성범죄 피해의 경우, 가족들이 회유와 압박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서 초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습니다.

보도에 공윤선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2014년 A씨는 자신의 집에서 당시 10살인 친딸 B양의 몸을 강제로 만졌습니다.

이런 추행은 2018년까지 두 번 더 있었습니다.

참다 못한 B양은 피해 사실을 해바라기센터 등 수사기관에 털어놨습니다.

범행 당시 아빠가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지 마라, 이거 말하면 아빠 감방간다′는 말을 했다든지 ′아빠가 보복할까봐 말을 못하다 언론의 미투운동을 보고 신고를 결심했다′는 등 구체적인 진술이 이뤄졌습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 하지만 1심은 ′강제추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법정에서 B양이 ′아빠가 미워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라며 갑자기 말을 바꾼 겁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달랐습니다.

욕설을 한 정서적 학대 혐의만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을 뒤엎고, 강제추행 혐의까지 모두 유죄라며 징역 3년을 선고한겁니다.

B양의 법정 진술보다 수사 단계에서 한 말의 신빙성에 무게를 뒀습니다.

법정에 나오기 전 어머니가 ′아버지의 범행을 사실이 아닌 걸로 말하라′고 눈치를 주는 등 가족들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점에 주목한 겁니다.

오늘 원심을 확정한 대법원은 ′가족간 발생한 성범죄의 미성년 피해자의 경우 그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길/대법원 공보판사]
″가족들의 계속되는 회유와 압박 등으로 인하여 (진술이) 번복되거나 불분명해질 수 있는 취약성이 있으므로 최초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은 또, 법정 진술을 최우선시하는 이른바 ′공판중심주의′ 원칙보다는 진술의 신빙성에 주목했다고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취재: 김두영 / 영상편집: 이정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