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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36년 동안 낮아지지 않은 '10cm'의 문턱
입력 | 2020-09-18 20:07 수정 | 2020-09-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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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36년 전, 지체 장애인 김순석 씨는 10cm의 문턱 때문에 세상과 단절돼 있다는 고통을 절규한 뒤 숨졌습니다.
오늘 그의 추모제가 열렸는데요, 그 사이 지체 장애인의 이동 권은 나아 졌을까요?
그의 죽음 뒤 만들어 졌지만 그 이후 바뀌지 않은 낡은 법 때문에 한발 앞도 더 나아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 유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장애인 단체에서 일하는 주성희 씨.
높낮이가 조절되는 책상, 자동문이 있는 사무실에선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건물 밖을 나서면 세상의 벽과 마주합니다.
점심 시간, 커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휠체어 바퀴가 턱에 가로막힙니다.
높이 13센치미터에 불과하지만 주 씨에겐 ′출입금지′ 표시와 다름없습니다.
[주성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턱 하나, 아니면 홈 하나, 이런 것 때문에 못 들어가는 데가 되게 많죠. 그냥 항상 가던 카페, 그런 데를 많이 가죠.″
실제로 주 씨 회사 주변을 함께 돌아보니 커피숍 4곳 중 3곳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지난 1998년 만들어진 장애인·임산부·노인 편의증진법은 식당이나 카페, 편의점 같은 곳에 경사로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은 면적 300제곱미터, 즉 90평이 넘는 대형 매장에만 적용됩니다.
이 때문에 전국 일반음식점의 96% 제과점 99% 등이 예외여서 해당되는 가게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문애린/서울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금 나가도 즐비하게 늘어진 게 식당, 카페 이런 것들인데 저희들한테는 그림의 떡인 거죠.″
국가인권위도 지난 2017년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 설치 기준을 50제곱미터로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초까지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답했지만, 지금까지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2019년도에 소규모 영세 상공인들에게 (장애인 편의시설) 지원하는 시범 사업을 한 번 해보려고 기재부에 예산 요구를 했는데, 반영이 안됐어요.″
장애인단체들은 2년 전엔 국내 대형 호텔과 카페 체인점, 편의점 본사를 상대로, ″장애인과 노인, 유모차가 업장을 이용하기 편하게 해달라″는 소송도 냈습니다.
이를 통해 일부 개선이 됐지만, 모두 그런 건 아닙니다.
편의점 업계 1위 GS25는 ″입구에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GS25 측은 대신 이런 대안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입구 밖에서 기다리다가 직원과 눈을 마주치라는 주문, 그러면 직원이 직접 나오면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편의점 앞에 가봤습니다.
(문을 열어드릴까요? 올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휠체어를 탄 채 입구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직원은 5분이 지나서야 나타났습니다.
[주성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편의점 직원과) 눈이 두 번 정도 마주쳤어요. 근데 한 번은 무시를 하시고 두 번째에 나왔거든요. 너무 치욕스러워요.″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서울시장에게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고 김순석 씨.
36년 전 그의 외침에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귀를 닫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유경입니다.
(영상 취재 : 김동세 / 영상 편집 :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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