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현지호

"또 돌아가셨어요?" 가짜 유골함으로 연기하다 덜미

입력 | 2020-09-29 20:28   수정 | 2020-09-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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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나가는 차량에 일부러 부딪힌 뒤 부모님의 유골함이 깨졌다면서 사기 행각을 벌여온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가짜 사망 진단서에 연기까지 감쪽 같았는데요.

어떻게 덜미가 잡혔는지 현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좁은 골목길에 검은 양복을 입고 한 손에 종이가방을 든 남성이 걸어옵니다.

마주오던 차량과 살짝 부딪히는가 싶더니, 손에 쥐고 있던 종이가방은 바닥에 떨어지고 하얀 사기 그릇 조각들이 와르르 쏟아집니다.

이 남성은 깨진 조각들을 황급히 가방 안에 주워담고는,

운전자가 놀라 다가오자, 보란듯이 서류봉투를 내려놓습니다.

봉투엔 ′사망진단서′와 ′화장장′, 이렇게 써 있습니다.

부모님 장례를 치르러 가는 길인데 유골함이 깨졌다며 울먹이며 현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피해자]
″15만 원을 드렸거든요. 유골함이 깨졌다니까 너무 죄송스럽잖아요. 병원 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 드리니까 ′괜찮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게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덜미는 의외로 쉽게 잡혔습니다.

운전자는 미안한 마음에 현금을 주고 떠났지만 뺑소니 논란을 우려해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접촉사고로 유골함이 깨졌다는 비슷한 사건이 11건이나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미 한 번 당했던 한 운전자가 깨진 유골함을 붙잡고 자신에게 울먹이던 바로 이 남성을 우연히 목격해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찰이 수사해보니, 60대였던 이 남성은 다치지 않으려고 팔에는 미리 제작한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남성은 장소를 미리 물색한 뒤, 이렇게 CCTV가 없는 곳에서 주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지난 1년여간, 부산경남에서 확인된 것만 11건의 사고를 일으켜 110만 원을 챙겼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기 수법이 알려지자 오늘 하루만에 추가 피해 신고 20여건이 더 접수됐습니다.

[심재훈/부산남부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피해자들은 (이 남성) 부모의 유골함을 깼다는 미안함 때문에 경찰 신고를 하지 않은 것 같고요.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서 경찰에 신고를 안한 것 같습니다.″

경찰은 상습 사기혐의로 이 60대 남성을 구속하고 추가 피해자들의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MBC뉴스 현지호입니다.

(영상취재: 이경수(부산) / 화면제공: 부산남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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