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박진주

"우유 한 컵으로 하루를"…신발도 없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

입력 | 2020-10-12 20:46   수정 | 2020-10-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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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올해 노벨평화상은 세계식량계획에 돌아갔습니다.

코로나19의 대혼란 속에 기근과 빈곤 퇴치를 위해서 헌신한 점을 평가했다는 게 노벨위원회의 설명인데요.

이 얘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의 빈곤 상태가 유례없이 심각하다는 겁니다.

수상 직후에 세계식량계획은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면서 억만장자들의 통 큰 기부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부는 부를 낳고 가난은 가난을 낳게 한다는 코로나19 이후 커진 양극화 현상,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하루 2천 원 정도로 생활한다는 극빈층의 급증 현상을 박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의 한 벌판.

지난 7월부터 하나 둘 세워진 천막들이 어느새 천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천막이라고 하지만 나뭇가지로 기둥 네 개를 세워 비닐로 둘러싼 게 전부입니다.

[에스터 카바나스/천막 거주자]
″여기서 사는 것이 슬픕니다. 비와 추위를 견뎌야 하고 굶주림도 견뎌야 합니다. 우유 한 잔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고 집세를 내지 못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곤잘로 에스퀴벨/실직자]
″집세를 내지 못해 TV도 팔았습니다. 가구도 다 팔았어요. 그래도 집세를 낼 수 없어 거리로 쫓겨나 여기로 왔습니다.″

′철거 금지′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아이.

이곳에서마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입니다.

[베로니카 마르티네스/천막 거주자]
″좋은 땅을 달라는 게 아니잖아요. 여기서 아이와 함께 지낼 땅만 빌려주면 좋겠어요.″

코로나19 여파로 아르헨티나 국민 절반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구스틴 살비아/아르헨티나 가톨릭대 교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빈곤층이 35%였는데 이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도 내년까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1억 1천4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했습니다.

하루 생활비 1.9달러, 우리 돈 약 2천200원 이하를 버는 계층을 극빈층으로 분류하는데, 극빈층 인구가 최대 7억 2천900만 명으로 급증해 전 세계 인구의 10% 가까이 차지할 것이라는 게 세계 은행의 관측입니다.

이들 중에서도 아이들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인도 델리의 기찻길.

맨발의 아이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자신의 덩치보다 큰 짐을 어깨에 지고 갑니다.

신발을 신지 않아 발바닥을 다친 아이는 절뚝거리며 빈 병을 줍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 플라스틱을 찾아 내다 파는 건데 대부분 부모가 보낸 아이들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교육 기회 박탈은 물론 노동권 침해, 강제 조혼 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수니타 부타니/인도 시민단체 관계자]
″어린 여자 아이들이 (남자 손님을 받기 위해) 찻집에 앉아 있어요. 많은 문제가 생기죠.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공부하고 싶지만 부모가 허락해주지 않는다고…″

국제 구호단체들은 최소 970만 명의 아동이 올해 안에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앞으로도 2400만 명이 학교를 중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중 다수가 폭력과 노동착취에 시달릴 우려가 높습니다.

[카일라시 사타아르티/201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빈곤층 아이들이 가장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이후에는 아이들이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들이 겪는 가난과 교육 격차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것이고, 결국 세계적 양극화는 장기적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란 경고가 나옵니다.

MBC 뉴스 박진주입니다.

(영상편집: 김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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