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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코로나에 짓밟힌 소녀들의 꿈…"너무 아파요"
입력 | 2020-12-22 20:38 수정 | 2020-12-22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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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고통 받았던 2020년, 사회적 약자들의 어려움이 특히 컸죠.
그중에서도 소녀들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UN 통계에 따르면 18살 미만 여자 아이들의 결혼은 매년 천2백만 건 정도로 추산됐는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1년 동안은 천3백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습니다.
공식 통계가 이렇고,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요.
코로나19가 몰고 온 빈곤은 가난한 나라의 어린 소녀들을 원치 않는 결혼과 출산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보도에 한수연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작은 마을.
물을 긷거나 식자재를 나르는 여자아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로 학교는 문을 닫은 지 오래, 간호사가 꿈이었던 16살 마리는, 결국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코로나로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복점이 어려워졌고, 넷이나 되는 동생들은 밥을 굶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마리 카마라/16살]
″우리 가족은 돈이 없어요. 그래서 남편이 저와 결혼하길 원한다고 했을 때 저는 ′네′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을 만나자고 했어요.″
결혼이 뭔지도 모를 나이의 어린 동생은 언니와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울기만 합니다.
″동생들에게 저처럼 살지 말라고 할 거예요. 그렇게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 말고 학교에 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부모들은 딸을 시집보내면 지참금과 함께 땅이나 가축을 받습니다.
그 대가로 어린 신부는 시댁의 집안일은 물론 농장일까지 떠맡아야 합니다.
나오미 역시 15살에 쌀 50kg을 받기 위해 결혼을 해야 했습니다.
[나오미/15살에 결혼]
″부모님에게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는지 몰라요. 저는 지쳤어요. 부모님은 제가 결혼하지 않으면 우리는 가난하고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어요.″
지난 2014년 에볼라 대유행 당시 서아프리카에선 수만 명의 아이들이 고아가 됐고, 특히 수천 명의 소녀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학교에 가는 것이 금지됐습니다.
에볼라의 상흔이 채 사라지기 전에 찾아온 코로나19에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두 달 뒤 출산을 앞둔 17살 마리아마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눈물을 쏟았습니다.
[마리아마 콘테/17살]
″저는 대통령 부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제 다 물거품이 돼버렸어요.″
세계에서 미성년 결혼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 인도네시아.
작년 법적 결혼 연령을 16살에서 19살로 높였지만 여전히 조혼이 성행하고 있습니다.
[로라/15살에 결혼]
″저는 성공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겨우 이런 모습이에요.″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증해 인도네시아 서자바 지역에서만 올 들어 9월까지 5천 건의 조혼이 신고됐습니다.
같은 기간 10대 미혼 임신도 급증했습니다.
케냐의 16살 소녀 리넷은 튀김을 사주고 용돈을 주는 성인 남성을 만났다가 임신했습니다.
봉쇄령으로 학교가 문을 닫자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도시로 갔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리넷/10대 미혼 임신부]
″저는 임신하기에는 너무 어리다고 생각해요. (미래에 두려운 건 뭐예요?) 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겠죠. 아이는 죽, 우유 돈이 필요할 텐데…너무 마음이 아파요.″
지난달 유출된 케냐 정부 문건에 따르면 봉쇄령이 떨어졌던 3월에서 5월 사이 19세 미만 여성의 임신이 급증했습니다.
수도 나이로비에서만 5천 명의 미성년 여성이 임신했는데, 이 중 5백 명은 10살에서 14살 사이에 불과했습니다.
[에블린 오폰도/구호단체 관계자]
″소녀들이 집에 있는 기간 동안 10대 임신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학교가 문을 닫게 되자 아이들이 학교 밖에 내몰린 결과입니다.″
한 시민단체는 봉쇄 조치가 3개월 늘어날 때마다 전 세계에서 1천5백만 건의 아동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밝히며, 2020년은 소녀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좌절의 한 해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MBC뉴스 한수연입니다.
(영상편집: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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