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희

[집중M] "발코니 확장 1억"…청약 열풍에 '끼워팔기 갑질'

입력 | 2020-12-28 20:59   수정 | 2020-12-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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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내집 마련을 위해 청약에 나서는 서민들이 늘고 있죠.

이 같은 청약 열풍을 틈탄 건설사들의 이른바 ′옵션 갑질′이 도를 넘고있습니다.

발코니 확장에 붙박이 가구, 가전제품 까지.

많게는 수십개 품목을 합쳐서 억대의 옵션을 만들어 놓고, 사실상 계약을 강요 하고 있는 건데요.

가격이 적정한지 심사 장치도 없다보니까 서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이 문제, 집중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두 달 전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 청약에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당첨된 A씨.

27평형, 전용 65㎡가 4억 1천만 원.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통제로 주변 시세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해, 담보대출에다 신용대출까지 받으면 예산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A씨(청약 당첨자)]
″(당첨) 안 되겠다 했는데, 아침에 문자가 온 거예요. 저희 가족들이랑 다 신나가지고 ′이제 내 집 마련했다′…″

하지만 최종 계약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비용 때문에 발코니 확장을 안한다고 하자 시행사가 계약을 못 하겠다고 한 겁니다.

[부천 00아파트 모델하우스 관계자]
″통합 발코니 부분을 안 하면 이 사업 자체가 진행이 불투명할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계약불가 방침이라고…″

이 아파트의 이른바 ′통합 발코니′ 옵션에는 발코니 확장에다 신발장, 붙박이장, 빨래건조대, 벽지까지 무려 19개 품목이 포함돼 있습니다.

분양가 4억 1천만 원에 발코니 확장비 9천만 원, 분양가 6억 6천만 원에, 발코니 확장비 1억 4천만 원이 각각 책정됐습니다.

분양가를 통제하자 옵션으로 수익을 높이는 꼼수를 부린 겁니다.

[A씨(청약 당첨자)]
″발코니 안 할 시 4억 정도 되고, 할 시에 5억 정도 되니까 5억이라 하면 시세 대비 그렇게 싸지도 않은데… 잠도 잘 안 오고 그 생각만 하면 우울해지고…″

서울 중랑구의 이 아파트도 발코니 확장비로 5천만 원을 책정해놓고, 현관 디지털 자물쇠와 비데, 화장대까지 15개 품목을 끼워 넣었습니다.

[서울 중랑구청 관계자]
″비싸다는 거는 조금 느꼈는데 그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딱히 안 된다 이런 규정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똑같은 옵션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도 문제.

경기도 화성의 이 아파트 단지는 같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지었는데도 발코니 확장비가 3단지는 1천만 원, 4단지는 2천만 원으로 2배 차이 납니다.

[경기 화성시 00아파트 입주예정자]
″′분양가가 다른 데보다 좀 싸니까 발코니 확장비가 비싼 거예요′ 이렇게 이유를 대는 거예요. 그냥 확장하는 데 들어가는 공사비로만 측정이 돼야 하는 게 맞잖아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옵션 가격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서만, 그것도 발코니 비용에 한해서만 심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마저도 꼼수가 판을 칩니다.

공공택지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33평, 전용 84제곱미터가 주변의 절반값인 4억 8천만 원에 분양됐습니다.

옵션 비용을 봤더니 발코니 확장비는 시세의 3분의 1도 안되는 357만 원.

그런데 주방 조명, 타일, 김치냉장고 등 30여 개에 달하는 품목으로 ′통합 패키지 옵션′이란 걸 만들어놓고 8천만 원을 책정해놨습니다.

심사를 받아야 하는 발코니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심사 대상이 아닌 다른 옵션 비용을 올린 겁니다.

또 현행법상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경우 옵션 품목을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지 일괄적으로 묶어서 패키지 형태로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경기 고양시 00아파트 모델하우스]
″부분은 선택이 안 되세요. 통합 패키지로 묶여있는 거라서… 각각 하다 보면 공사진행이 좀 어려운 부분이 있고 해서…″

게다가 안내문에는 옵션을 선택 안 하면 하자 보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담겨있습니다.

사실상 선택을 강요하는 셈입니다.

[경기 고양시 00아파트 입주예정자]
″AS(사후수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그냥 어쩔 수 없이 그냥 풀옵션을 해야 될 것 같다, 이렇게 생각이 되더라고요.″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옵션으로라도 수익을 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

하지만 내 집 마련을 위해 청약에 나선 서민들만 ′옵션 갑질′에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장진혁/경기 화성시 00아파트 입주예정자]
″′너희들은 우리가 이렇게 부당하게 올려도 결국 청약 넣을 거고 계약할 거고 옵션 다 할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건설사의 횡포에 참다못한 경기도 수원과 화성의 4개 단지 4천 8백여 세대 입주예정자들은 사상 유례없는 옵션 전면 거부에 나섰습니다.

[경기 수원시 00아파트 입주예정자]
″저희들의 권리를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서 유상옵션에 대해서는 전부 다 이제 일단은 계약을 하지 않겠다…″

전문가들은 옵션 끼워팔기가 결국 분양가를 올려,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임재만/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
″분양가 규제는 고분양가를 막음으로써 건설사의 과도한 이익을 좀 막고, 그 대신 수분양자에게 그 이익이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취지이기 때문에 (옵션 끼워팔기를) 막을 필요가 있겠죠.″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단체와 지자체에 옵션 끼워팔기를 감시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만 있었던 ′일괄 선택 금지 조항′을 민간 주택에도 확대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이향진, 김우람, 김백승 / 영상편집: 문명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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