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홍의표

678일을 기다린 사과인데…'7문장'에 절규

입력 | 2021-02-15 20:30   수정 | 2021-02-1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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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2년 전, 공사 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20대 청년 고 김 태규씨, 당시 공사 업체의 대표가 2년이 지난 오늘,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유족은 갑작스럽고 진정성도 없다고 반발 하는데요

알고 보니 이틀 뒤가 이 사건의 책임을 묻는 항소심 재판의 선고일 이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오늘 오전, 경기도 수원의 한 부품업체 본사 앞.

고 김태규 씨의 영정사진 앞에 이 건물을 지은 시공사 대표가 나와섰습니다.

[김 모 씨/시공사 은하종합건설 대표]
″망인이 사망한 지 22개월 지난 뒤에야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사과를 한다는 점에서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사고 678일만에 나온 사과.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받아냈지만 1분 남짓한 짧은 일곱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지난 2019년, 스물 여섯살이던 김태규씨는 이 건물 건설현장에서 일하다 5층 높이 아래로 추락해 숨졌습니다.

승강기 출입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을 헛디딘 겁니다.

안전 장비도, 작업화도 지급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심에서는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시공사인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시공사 대표는 벌금 7백만 원을 물게됐지만, 지금까지 사고에 대한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항소심 선고를 이틀 앞두고서야 사과를 하겠다며 회견장에 나온 겁니다.

숨진 아들을 대신해 참석한 어머니는 형식적인 사과에 절규했습니다.

[신현숙/故 김태규 씨 어머니]
″당신들이 내 아들에게 한 그 추접하고 잔인한 죄는 영원히 당신들과 함께할 것입니다. 내가 678일 동안 외아들 대신 죽기를‥″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듣기가 이렇게 어려운 현실.

어느덧 투사가 된 어머니는 건설 현장의 산업재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는 발주처 처벌 조항이 삭제됐고, 그러는 사이 지난 1월 한달에만 건설노동자 세 명이 숨졌지만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종훈 목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경기운동본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여전히 기업의
이윤을 중요하시는 반쪽짜리 법으로 변질되어 제정되었습니다.″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모레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MBC NEWS 홍의표입니다.

(영상취재:정민환/영상편집:위동원/자료제공:故 김태규 씨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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