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민욱

'눈 폭탄'으로도 역부족…기후 위기로 산불 비상

입력 | 2021-03-04 20:56   수정 | 2021-03-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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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지난 달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산불이 났습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은 줄고 기온은 오르면서 산불이 발생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3월 들어서 폭설이 내리긴 했지만 봄철 산불 위험은 여전하다고 하는데요.

왜 그런지 김민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달 산불이 휩쓸고간 강원도 양양의 한 마을 야산.

나무들은 커다란 숯덩이로 변했고 불길은 주민 송기영씨의 집까지 공격했습니다.

[송기영/강원도 양양 산불 피해자]
″따다다닥 소리가 나는데 보니까 대나무 타는 소리에요. 그래서 주방 뒷문을 여니까 바로 5미터, 10미터도 안 되는 데에 불이 붙어 있던거예요.″

올해 2월에만 전국에서 난 산불은 경북 안동, 강원도 강릉, 양양 등지에서 모두 69건.

지난 10년 동안 2월 평균 산불 발생 건수보다 50%가 늘었고 피해 면적은 9배 이상 넓어졌습니다.

심각한 겨울 가뭄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 2월 16일까지, 두달 반동안 강원도 강릉에 내린 눈은 단 0.4센티미터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숲과 나무가 바짝 말라있어 자그마한 불씨에도 큰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큰 겁니다.

[김원희/동부지방산림청 산불예방진화대원]
″요즘 바싹바싹해요. 건조가 돼서 불붙으면 팍 퍼져버립니다. 엄청나게 퍼지지요.″

다행히 3월 들어 영동지역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럼 이번 폭설로 산불 위험이 줄어든 걸까?

산림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3월에 쌓인 눈은 따뜻한 날씨로 인해 햇볕에 증발되는 양이 많고 빨리 녹아 산불 위험을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는 산불 위험지수가 다시 올라갈 전망입니다.

[안찬각/동부지방산림청 산림보호팀장]
″따뜻한 날씨로 인해서 (눈이) 빠른 속도로 지금 녹고 있고요. 3월 중순이 되면 다시 산불발생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봄철 산불 발생일수는 2000년대까지는 72일 정도였지만 201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입니다.

대관령 지역 겨울철 평균 기온은 40년 전에 비해 4도 가량 올랐습니다.

강수량은 줄고 수분도 빨리 증발하는 산불발생에 최적인 상황이 돼가는 겁니다.

또 해수온도가 상승하면서 영동지방 산불을 키우는 원인인 봄철 강풍이 부는 기간도 2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권춘근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산불방재연구과]
″강풍이 3월달 내지 4월달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그런 특징들이 있었는데 최근에 들어서는 2월달 아니면 5월달 까지도 그런 현상이 지속이 되고 있고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 산불이 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상임전문위원]
″대형산불 두 개가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해서 그것이 이틀, 삼일까지 탄다면 현재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 진화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후 변화를 당장 멈출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산불 예방에 보다 많은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현재로써는 유일한 대책입니다.

2년 전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강릉 옥계지역입니다.

산불 이후 심은 나무, 아직 제 키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산불은 순식간이지만 복구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기후변화로 더 커지는 산불의 위협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MBC뉴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이지호 / 영상편집 :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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