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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승
[집중취재M] 후쿠시마 원전 폭발 10년…'귀환곤란구역'에 가다
입력 | 2021-03-10 20:54 수정 | 2021-03-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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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동일본 대 지진 참사가 내일로 꼭 10년 입니다.
규모 9.0의 강진에 20 미터가 넘는 쓰나미가 일본 동쪽을 강타하면서 만 8천 명 넘게 목숨을 잃었고 후쿠시마의 원자력 발전소까지 폭발했습니다.
이 대 재앙을 겪은 후쿠시마는 지난 10년 동안 얼마나 살아 났을까요.
먼저, 고현승 특파원이 생명체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귀환 곤란 지역′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곳은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의 바닷가로 과거 해수욕장이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직접 후쿠시마 제1원전을 볼 수 있는데, 주변은 지금도 10년 전 쓰나미가 닥쳤던 모습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방파제 구조물은 모래에 파묻혔고, 휴게소는 흉물로 방치돼있습니다.
한 때 번성했을 항구를 낀 마을은 허허벌판 잡초밭이 됐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비석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습니다.
쓰러지고 망가진 수천 개의 묘비들이 마치 거대한 유적 발굴 현장을 연상시킵니다.
불상과 석탑을 보니 절이 있던 자리인데, 위탁받은 가족 납골묘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지금도 정비 중인 제방에 줄지어 있는 일련 번호를 붙인 검은 자루들, 방사능 오염 지역의 지표면을 5cm 정도 걷어낸 오염토가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제염 작업은 10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피해가 컸던 원전 인근 지역들은 여전히 방사선 수치가 높아 사람이 살 수 없는 땅, 이른바 ′귀환곤란구역′입니다.
귀환곤란구역에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장시간 정차를 삼가달라′는 주의 표지판.
방사선 수치를 재봤습니다.
시간당 1.55 마이크로시버트, 기준치의 7배입니다.
도로변 주택 앞에 방사선 계측기가 보입니다.
3.15 마이크로시버트, 방사선량이 2배로 높아졌습니다.
마당 안까지 들어가 측정기로 쟀더니 무려 4.73,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방사선이 검출됐습니다.
10년째 입구가 철책으로 막혀 있는 마을, 중학교 역시 원전 폭발로 긴급 피난지시가 내려졌던 10년 전 그대로입니다.
교무실 칠판에 빼곡히 적혀있는 2011년 3월 학사 일정을 보니, 공교롭게도 대지진이 발생한 3월 11일이 졸업식이었습니다.
귀환이 가능한 지역은 괜찮을까.
후쿠시마 원전이 위치한 후타바마치의 후타바역 앞입니다.
방사능 제거 작업을 마쳐 ′귀환곤란구역′에서는 해제됐지만, 이렇게 역 바로 앞에 있는 주택들도 여전히 빈집인 채로 방치돼있습니다.
무너진 담장 안 집 내부엔 버려둔 가재도구들이 그대로입니다.
역 주변 거리, 식품점은 셔터가 너덜너덜하고, 약국에는 먼지를 뒤집어 쓴 집기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주유소도, 미용실도 10년째 휴업입니다.
[고쿠분 토미오/원전사고 피해자 모임 대표]
″수도라든가 (기반 시설이) 전혀 안 돼있기 때문에 (정부가) 언제든 돌아오라고 해도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현재 후타바마치에 사는 주민은 0명, 10년 전 대피한 7천 명 중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피난 지시가 내려진 후쿠시마 주민 8만8천명 가운데 고향에 돌아온 사람은 1만4천여 명, 16%에 불과합니다.
[사사미 세이메이/후쿠시마현 주민(95세)]
″(돌아온 건) 거의 노인들 뿐입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 않을까…젊다고 해도 60살 넘은 사람들이 모일 뿐입니다.″
아직도 피난생활을 하는 주민은 2만여 명, 62살 하라씨는 10년 사이 집을 4번이나 옮기며 떠돌았습니다.
[하라 켄이치/후쿠시마현 주민]
″이바라키현 반도시에서 약 1년 정도, 이쪽의 가설주택에서 3년, 여기(부흥주택)에서 4년째입니다.″
자녀들은 대도시로 떠났고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하라 켄이치/후쿠시마현 주민]
″(고향 이웃들과) 지금도 연락은 하고있습니다만, 역시 예전같은 마을로 돌아가는 건 이제 불가능하겠지요.″
고향에 돌아와도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4년 전 다시 문을 연 나미에마치 우케도항, 새벽 조업에서 제철인 뱅어를 한가득 잡아 돌아온 어부는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물질을 골라냅니다.
후쿠시마현의 지난해 어획량은 4천5백 톤, 대지진 이전의 17% 밖에 안되는데, 그나마 ′후쿠시마산′ 딱지가 붙어 제값을 못받습니다.
[후쿠시마현 어민]
″달라진 거라면 우선 가격이네요. 역시 후쿠시마현이라고 하면 확실히 쌉니다. 죄다.″
산에서 나는 전복이라며 비싼 값에 팔리던 후쿠시마산 표고버섯도 가격이 폭락했고, 농가도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고쿠분 스스무/후쿠시마현 버섯농가]
″가격이 다른 현과 비교하면 반값에서 3분의 1 정도일까요. 후쿠시마 물건이라고 하면…″
피폭으로 폐기 대상이 된 소 3백여 마리를 차마 살처분하지 못한 목장주는 탈원전 운동가로 변신했습니다.
[요시자와 마사미/후쿠시마현 ′희망의 목장′ 대표]
″(원전사고를 반성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항의 활동으로서 이렇게 팔 수 없게 된 피폭된 소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전부 키울겁니다.″
10년 간 복구에 420조원이나 투입했지만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자 일본 정부는 계획을 바꿨습니다.
주택지 등 일부 거점 지역만 제염하고 산지 등은 보류했습니다.
[고쿠분 토미오/원전사고 피해자 모임 대표]
″방사능이 전부 없어지려면 대략 300년 걸립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부가) 100년은 책임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전에서 20km 떨어진 대규모 축구단지 J빌리지, 도쿄 올림픽을 지진피해 부흥의 상징으로 내세운 일본 정부는, 사고 수습의 거점이었던 이곳을 성화봉송 출발지로 정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일본 총리]
″피해지역 여려분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부흥은 착실히 진전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부흥은 잘 되고 있을까.
[하라 카즈코/후쿠시마현 주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습니다. 부흥도 아직 안되고 있는데, 어째서 올림픽에 부흥을 내세우고 있는 지...″
후쿠시마에서 MBC뉴스 고현승입니다.
(영상취재:이장식,김진호(도쿄)/편집:조기범)
<귀환곤란구역>
′귀환곤란구역′은 출입 통제 구역과 일반인 접근 가능 구역으로 나눠집니다. 이번 취재는 접근 가능 구역 내에서 지역 주민과 동행해 이뤄졌습니다. 취재와 촬영은 방사선 피폭량에 대한 사전 검토를 통해 건강상 문제가 되지 않는 체재 시간 내에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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