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문희

눈앞에서 생명이 죽어가는데…'물건'이라 구조 못 해?

입력 | 2021-03-25 21:48   수정 | 2021-03-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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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주인이 오랫 동안 집을 비우면서 함께 살던 고양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진작에 구청에다 구조를 요청했지만 구청 측은 민법 상 반려 동물은 물건이고 주인의 재산이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 왔습니다.

김문희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고양이 3마리가 몸을 늘어뜨린 채 누워 있습니다.

다른 한 마리는 그 옆에서 물을 먹습니다.

지난 7일, 울산의 한 주택에서 고양이 3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박승혁/고양이 주인 지인]
″바닥에 핏자국 있었고요. 죽은 고양이 입에도 피가 맺혀 있었고…″

고양이 7마리를 키우던 세입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오랜 기간 집을 비운 뒤 벌어진 상황입니다.

하지만 입구와 방 쪽을 비추는 CCTV가 없어서 고양이들이 왜 죽었는지, 또 살아남은 고양이는 어떤 이유로 다쳤는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인이 들렀다가 이를 발견한 뒤 구청에 신고했는데, 담당 직원들은 고양이 사체만 치우고, 방치된 다른 고양이들은 그대로 남겨뒀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선 지자체가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게 돼 있습니다.

더구나, 구청 측은 한달 전에 이미 ′고양이 구조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층에 살던 고양이 주인이 두 달 가까이 들어오지 않자 2층에 거주하는 건물주가 고양이들이 방치돼 있다며 관할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던 겁니다.

하지만, 구청 측에선 소유주의 재산에 해당한다며 구조를 거절했습니다.

현행법 상 동물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 즉 ′유체물′이라는 겁니다.

[박은주/울산중구청 경제진흥과]
″(주인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그거(고양이)를 저희가 허락 없이 구조하는 부분은 법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고…″

동물단체가 강하게 항의하자 구청 측은 그제서야 고양이 주인을 찾아 소유권 포기 각서를 받고 조치에 나섰습니다.

[안옥순/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울산지부]
″(최초 구조 요청 때) 세 마리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는데 죽고 나서야 제가 알게 됐고 또 긴급 요청을 해야 했고…″

동물 단체들은 이미 가족처럼 자리잡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치부하는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문희입니다.

(영상촬영:우영호/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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