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아영

[소수의견] 일 시킬 때만 '필수노동자'…해고는 아무때나

입력 | 2021-05-06 20:17   수정 | 2021-05-0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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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보도하는 소수 의견입니다.

한 때 ′간병인′ 이라고 불려 왔던 국가 자격증, 요양 보호사.

코로나 19 속에 일의 고됨과 필요성이 유난히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이들이 6개월, 3개월, 심지어 한 달 단위로 근로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일은 필수 노동 이지만 일자리는 늘 벼랑 끝에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김아영 기자가 들어 보았습니다.

◀ 리포트 ▶

요양보호사 A씨는 작년 4월, 동네 수퍼마켓에 갔다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재가센터에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랬더니 곧바로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요양보호사 A씨]
″설명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선생님 왜 지침을 어겼냐′ 이렇게 대뜸 얘기를 하신 거예요. 며칠이라도 예방 차원에서 좀 쉬었다 가겠다 염려가 되니까. (그랬더니) 염려할 짓을 왜 했냐‥″

어려운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되려고 그리고 어르신들을 돌보는 게 보람이었던 A씨는 졸지에 실업자가 됐습니다.

[요양보호사 A씨]
″다시는 그 일을 하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그냥 너무 쉽게 해고를 시키는 거예요.″

요양보호사 B씨는 1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3개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계약기간이 각각 3개월, 6개월, 7개월씩 나뉘어 작성된 이른바 쪼개기 계약섭니다.

처음에 3개월만 계약을 합니다.

3개월이 지난 다음 계약서 없이 10개월을 일하고 다시 3개월 계약서를 쓰는데 이때 13개월을 6개월과 7개월로 나눠서 계약서를 따로 만드는 겁니다.

[요양보호사 B씨]
″왜 계약을 이렇게 쪼개서 하시냐고, 1년이면 1년이고 2년이면 2년이지‥이랬더니 다른 곳을 몰라서 그렇다고 다른 곳은 1개월 계약서도 쓴다고‥″

요양시설들이 쪼개기 계약서를 강요하는 이유는 해고를 몇 개월 단위로 쉽게 하기 위해섭니다.

[요양시설 담당자/B씨 고용주]
″다른 데 다 3개월씩 그렇게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안 좋으면(요양보호사가 마음에 안 들면) 딱 계약만료를 해서 하면 되니까‥″

그러다보니 요양보호사들은 늘 해고의 두려움을 안고 삽니다.

[요양보호사 C씨]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것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내가 열심히 하면 보람이 있겠지 연장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말로만 필수노동자라고 하면서 정작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격리시설 근무 요양보호사]
″3명이 24시간 돌아가면서 4시간씩 교대를 하는 거예요. 고무장갑을 두 겹을 썼어요. 저희가 빨래도 해드려야되고 그 다음에 목욕도 시켜드려야 돼죠.″

코로나19 감염 산재 신청이 접수된 뒤, 근로와 감염 간의 연관성이 인정돼 지난달 말까지 산재로 승인받은 경우는 모두 291건.

요양보호사는 총 43건을 승인 받았는데, 직종별로 보면, 53건을 기록한 간호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요양보호사도 엄연히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노동자라는 의미지만 현실은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김백승 이관호/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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