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준희

'그들'만의 단톡방에서 정보 공유…"위험해도 대박 기회"

입력 | 2021-06-08 20:52   수정 | 2021-06-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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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방금 보신 진 씨와 이 씨, 그리고 어제 보도해드렸던 김 모 씨 같은 빌라왕들은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서 친목도 쌓고, 정보도 공유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세입자들을 피해 다니던 진 씨는 취재가 시작되자 MBC를 찾아와서 자신이 빌라왕이 된 과정들을 직접 들려줬는데요.

들으면 들을수록, 이들에게 세금 걱정 없이 수백 채의 집을 살 수 있게 해준, 정부 정책의 구멍이 커 보였습니다.

이준희 기자의 보도 계속 이어서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임대사업자 단체대화방, ′단톡방′이 만들어진 건 지난 2019년 6월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과세에 나서면서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를 본격화하던 무렵입니다.

[임대사업자 진 씨]
″세금을 엄청 두드려 맞잖아요. 그때 ″한번 모여서 대비책을 세우자″…″

단톡방 멤버는 11명.

진 씨와 이 씨, 그리고 모친과 함께 892채를 소유한 빌라왕 김 모 씨, 여기에 전세금을 떼먹어 유명해진 세모녀 사건의 어머니 김 모 씨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 4명이 가진 집만 합쳐서 2천 채가 넘습니다.

[임대사업자 진 씨]
″임대사업자끼리는 다 알아요. 주위에 있으면 전화해서 ″뭐 어떻게 지내느냐″고…″

이들이 위기감을 느낀 건 그동안 누렸던 세금 혜택이 워낙 컸기 때문.

MBC가 세무사에게 의뢰해 분석해보니 시세 2억 원짜리 빌라 500채를 보유할 경우 재산세는 원래 1억 4천만 원, 종부세는 17억 원 정도이지만, 임대사업자라면 재산세는 통상 절반 수준, 종부세는 한 푼도 안 냅니다.

버스 운전사였던 진 씨가 7년 전 첫 빌라를 살 때 들인 돈은 3백만 원.

[임대사업자 진 씨]
″시내버스 20년 했어요. 전세가 분양가하고 비슷하게 맞춰지는 거예요. 300만 원 투자를 했거든요.″

무자본 갭투자에 세금도 거의 없다 보니, 빌라는 몇 년 안 돼 6백 채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임대사업자 진 씨]
″위험했지만 그래도 대박을 볼 수 있는 사업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한두 집씩 전세금을 못 줘 문제가 생겨도, 돌려막기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임대사업자 진 씨]
″(전세를) 빨리 빼줘야 된다면 (보증금을) 한 500(만원) 내려서 빼면 빨리 나가요. 그럴 돈은 가지고 있었죠. 뭐 몇천만 원은…″

하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습니다.

진 씨가 세입자들 보증금을 주지 못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내어 준 액수만 282억 원.

이 가운데 진 씨가 갚은 건 1%인 3억 원뿐입니다.

[임대사업자 진 씨]
″20~30채 할 때 하고 말았어야 하는 건데, 많이 후회하죠. (세입자들이) 잘 해결하셔서 이 고난을 잘 이겨냈으면…″

진 씨는 후회의 뜻을 밝혔지만, 피해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최경순 전효석 / 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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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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