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이남호

배달 오토바이는 왜 신호 위반할까?…'준법 운행' 해보니

입력 | 2021-06-09 20:28   수정 | 2021-06-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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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배달 오토바이의 무리한 난폭 운전, 자주 보셨을 겁니다.

오늘 배달 기사 노동조합이 기사들 탓만 할 게 아니라면서 만약 신호를 다 지키면 어떻게 되는지, 시범을 보였는데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남호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중앙선 침범.

신호 위반.

인도로 올라타기.

배달 오토바이의 위험한 운행은 흔한 광경입니다.

왜 이렇게 위험하게 운행할까?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이 오늘 실험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배달 일을 하는 12명의 노동자들.

오늘 하루만큼은 교통법규를 다 지키면서 배달해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 강남 지역에서 배달 일을 하는 이병환 씨.

빨간 신호등에 멈춰서고, 유턴 허용구역에서만 유턴합니다.

법규를 지켰을 뿐 쉬지 않고 달렸는데, 시작부터 1분 지각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준법 운행이 계속될 수록 지각 시간이 계속 늘어납니다.

아직 음식 받으러 출발도 안 했는데, 벌써 3분 지각입니다.

[이병환/음식배달 노동자]
″이게 지금 교통법규 지키면 이미 지났어요. 아직 가지도 않았는데 지난 거예요.″

허둥지둥 달려서 음식점에 도착하니, 이미 9분 늦었습니다.

인공지능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당신은 지금 몇 분 늦었다는 경고를 쉬지 않고 보냅니다.

다른 배달 노동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음식배달 노동자]
″픽업은 계속 들어오는데 문제는 못 잡겠어요. 거리가 조금 멀다 싶은 건 너무 늦을 거 같아요. 아까 하나가 14분 지연됐거든요.″

법규 다 지키다가는, 인공지능이 정해놓은 배달 시간을 맞출 수 없습니다.

[이병환/음식배달 노동자]
″교통법규 지키면서 가다 보면 5분에서 10분 이상이 음식 조리시간이 오바가 돼요. 업주님들이 늦게 왔다고 인상 쓰고. 왜냐하면 음식이 나와있는데 늦게 오니까.″

하지만 배달 플랫폼들은 인공지능이 계산하는 시간은 안전운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배민의 번쩍배달, 쿠팡이츠의 치타배달, 요기요의 익스프레스.

음식배달 플랫폼들이 저마다 빠른 배달, 속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오토바이 배달을 하다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서울 시내에서만 24명이었습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영상취재:강재훈/영상편집: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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