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김수근

"스무 살에 엄마의 엄마가 되니"‥미래 빼앗는 청년 간병

입력 | 2021-11-10 19:59   수정 | 2021-11-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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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이런 반인륜적이고 비극적인 범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겠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홀로 가족을 돌봐야하는 청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간병의 현실 앞에서 자신의 미래까지 포기 해야 하는 상황 인데요.

김수근 기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 리포트 ▶

어머니는 지난 3월 퇴근길 집 앞에서 쓰러졌습니다.

[이채림/가족 돌봄 청년]
″돌아가실 거 같다고 그 말 들은 순간에 아무것도 안 들리고‥지옥이 있다면 여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울고.″

직장을 다니던 청각장애 어머니는, 뇌출혈로 사지가 마비됐습니다.

월 3백만 원이 넘는 비용을 아껴보려 직접 간병도 해봤지만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채림/가족 돌봄 청년]
″기저귀 가는 법 세세하게 잘 정리가 돼서 나오긴 해요 유튜브에. (해보니까)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너무 아프고, 제 몸이 아프니까 울면서 정말 갈았거든요.″

역시 청각장애가 있는 아버지가 공장에 다니지만 앞길이 막막합니다.

대학병원 수술비와 첫달 치료비만 3천만 원.

둘째달부터는 요양병원에서 치료중인데 매달 250만 원이 넘게 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번 찾아간 주민센터에선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이채림/가족 돌봄 청년]
″(아빠가) 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 집은 월세고, 재산도 없고‥ (국가)지원은 없었던 거 같아요.″
(단 1원도?)
″네, 단 1원도.″

퇴원 전에 신청했으면 3백만 원의 긴급의료비를 받을 수도 있었는데, 알려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제빵사 실기 시험을 준비를 하던 채림씨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이채림/가족 돌봄 청년]
″갑자기 한순간에 ′엄마의 엄마′가 되었고, 환자를 살리려면 돈이 필요한 거니까. 꿈까지 포기는 말라는 그런 뜻으로, 학업비라든가 그런 게 지원이 됐으면…″

채림씨 처럼 10년 전 스무살 때부터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간병중인 조기현 씨.

그 역시 작가의 꿈을 접어두고 건설일용직을 전전해 왔습니다.

[조기현/작가]
″(지원들을) 신청해보고 시도했었는데 결국 아무 것도 못 받았었고. 돌봄 부양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모든 일을 (개인에게) 떠 맡기고 이 시스템부터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

해외 일부 국가에선 이런 청년들에게 연간 수십만원의 보조금이나 수백만원의 학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돌봄 청년이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만 할 뿐 정확한 통계도 구체적인 지원 방안도 없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김백승/영상편집: 김하은/영상제공: 다큐 ′1포 1kg 100개의 생애′